기후변화로 인한 아열대화는 한반도의 질병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라리아, 뎅기열, 쯔쯔가무시 등 곤충매개성 열대성 질환 발병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해수온도 상승에 따라 덥고 습한 환경이 이어지며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도 기승을 부린다.
정부당국도 대응책 마련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모기, 진드기 등 매개체 전염병 감시·대응을 위한 지역별 거점센터를 지난해 11개까지 늘렸다. 2010년 영호남, 제주 등 3곳에 불과했던 것이 경기, 강원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보건당국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이같은 아열대 질환이 한반도에 토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열대 질환 말라리아는 1970년대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1993년 휴전선 인근에서 재발생한 이후 2000년엔 환자수가 4000명을 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연간 700명 이하로 환자 수가 줄긴 했지만,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환자라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질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말라리아 발생률은 3주 전의 평균온도가 1℃ 상승할 때 17.01%, 8주 전의 일주일 누적 강수량이 10㎜ 증가할 경우 1.12% 증가한다. 기후 변화의 영향이 말라리아 매개체인 얼룩날개모기의 생장 환경의 적합해지는 데 따른 것이다.
뎅기열의 경우, 아직은 해외서 감염된 환자가 국내로 들어와 발병하는 사례는 있지만, 국내서 발병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뎅기열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흰줄숲모기의 국내 발견건수가 매년 늘어나면서 풍토병으로 정착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며 세균성 식중독 발병도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5월부터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 발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식중독 발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6~8월) 식중독 환자수는 2015년 3008명(96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3429명(120건)으로 증가추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평년에 비해 여름철 온도가 1.2℃ 높고 폭염일수는 12일 이상 많아 식중독 환자수가 전년대비 14%나 늘기도 했다.
보건전문가들은 한반도 기후변화가 현실로 들어선만큼, 이에 따른 아열대성 질병 대비에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이희일 질본 미래감염병대비과 연구관은 “한반도 평균기온이 최근 100년간 1.7도 상승했는데 이로 인해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의 국내 분포 지역이 점차 넓어지며 새로운 감염병 전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래 감염병은 하나의 국가 차원을 넘어선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에 병원체 확보, 정보교류 등 국내 및 국외 기관과의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