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다음 단계 위한 마중물 역할 다해” 자평 -‘혈세 낭비’ 여론에 부담 느꼈다는 지적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시가 올들어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세웠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결국 44일 만에 폐지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세차례에 걸쳐 150억원을 쓰면서 실효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에도 서울시는 “예산 증액을 각오하겠다”고 맞섰지만, 한번에 50억원 가량을 쓰는데 비해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에 결국 꼬리를 내렸다는 분석이다.

(28일)예산 증액 각오한다더니…‘대중교통 무료’ 44일만에 폐지
서울시가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중단한다. 지난 달 15일 첫 적용한 후 44일 만이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 27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미세먼지 줄이기 대책의 일환으로 올 상반기 중 ‘서울형 공해차량’을 지정한다고 밝히면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폐지한다고 했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차량 의무 2부제 법제화를 위한 촉매제로 제 일을 다했다”며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한 시민 공감대도 이끌었다”고 정책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혈세 낭비’라는 부정적인 여론을 넘어서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시민의 자발적인 차량 2부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대중교통 무료 기간 도로 통행량은 0.3~1.7% 하락했다. 미세먼지 감축량도 기대에 못 미쳤다.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3일간 시내 초미세먼지(PM 2.5) 배출량은 하루 배출량(34t)의 최대 3.3%인 1.1t이 줄었을 뿐이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아직 관련 예산이 100억원이나 남았는데 무료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며 “150억원을 넘어 200억원을 쓰는 순간 비판 여론이 커질테니 그 전에 재검토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종종 제기됐다”고 했다.

발표 시점도 미리 계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봄이 시작되는 다음 달은 중국발 황사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는데, 황사에는 미세먼지 성분도 상당량 포함된다. 저감조치가 지난 달 세차례보다 더 발령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퍼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에 더 휘말리기 전에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의 차량 의무 2부제 추진을 가속화하는 등 오직 성과에 따라 대중교통 무료 정책 중단이 결정됐다”며 “시민들은 지금보다 더 과감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달 27일부터 저감조치가 발령돼도 지난 달 15ㆍ17ㆍ18일과 같이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시민 협조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대책 마련을 추진한다. 2005년 이전에 등록한 2.5t 이상 경유차량을 ‘서울형 공해차량’으로 둬 운행을 제한하는 조치 등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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