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궤도 폐인공위성 등 기하급수적으로 우주쓰레기 증가 - 세계 각국 우주쓰레기 감시 추적 프로그램 개발 한창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지난 2일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칠레 서쪽 남태평양에 해상에 추락했다.
2011년 발사돼 2016년 3월 공식임무를 마친 톈궁 1호는 이후 지상과의 통신이 두절, 궤도를 벗어나 우주쓰레기로 전락해 지구를 공전하다가 추락하는 운명을 맞았다.
앞서 2011년 9월과 10월에는 임무수명을 마친 미국 초고층대기관측위성과 독일 뢴트겐 위성이 각각 태평양과 인도양에 추락한 바 있다. 현재까지 인공우주물체의 추락으로 인한 인명피해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바 없고 잔해물이 추락하더라도 실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이 향후 1년 동안 우주쓰레기에 피격당할 확률은 1000만분의 1로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이처럼 수명을 마치고 용도폐기돼 지구궤도를 떠돌아다니는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쓰레기는 지구낙하에 대한 위험 뿐 아니라 우주에서의 대형 충돌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10cm 이상 우주쓰레기 2만여개 달해= 우주잔해물이라고도 불리는 우주쓰레기는 폐기된 인공위성과 그 파편, 위성 발사에 이용된 상단로켓 잔해, 로켓의 노즈 페어링과 연료통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가 실수로 놓친 스크루드라이버도 있다.
우주쓰레기의 최대 출처이자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폐기된 인공위성이다.
지난 1957년 인류최초의 인공위성인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이래 지금까지 지구 궤도에는 약 7000여기의 위성이 발사된 상태다. 이중 절반은 지구 대기권에서 소멸됐고 통신, 기상관측, 탐사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인공위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사실상의 우주쓰레기다.
지금껏 총 20여기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2년부터 발사된 실험용 과학위성 우리별 시리즈와 2008년 임무가 종료된 아리랑 1호가 우주쓰레기로 전락한 상태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지구저궤도와 정지궤도를 떠돌고 있는 직경 10cm 이상의 우주쓰레기는 2만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직경 1cm 이상은 수십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통제권을 잃은 우주쓰레기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며 “대형 우주쓰레기가 충돌, 크기가 수mm에 불과한 수 만개의 작은 파편들로 양산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09년 미국 통신위성 이리듐 33호가 기능이 정지된 채 우주를 떠돌아 다니던 러시아의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와 충돌하며 2000여개의 새로운 우주쓰레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도 우주쓰레기 양산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주쓰레기는 고도 2000km 이하의 저궤도에서 초속 7~8km, 더 높은 궤도에서는 초속 10km 이상의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속도로 인해 우주쓰레기가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과 충돌하면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우주쓰레기의 위협은 이제 우주공간을 넘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우주쓰레기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중 뢴트겐 위성처럼 마찰열을 견딘 일부 잔해물은 지표상에 낙하할 수도 있다.
무게 1톤 이상의 대형 우주쓰레기는 대기권 마찰로 전소되지 못하고 20~40%의 잔해가 흩어져 추락하기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50여년간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연소되지 않고 지상 혹은 바다에 추락한 우주쓰레기의 파편의 총 질량은 약 54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1997년 미국 오클라호마에 살던 한 여성이 지상에서 델타 로켓의 연료탱크 잔해물에 맞아 어깨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주쓰레기 감시 추적 프로그램 개발 활기= 이처럼 매년 100여기에 가까운 인공위성이 추가 발사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주쓰레기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충돌 위험과 지표상으로의 추락 빈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고 결국에는 달, 화성 등 우주탐사와 개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우주쓰레기의 위협에 맞서 미국, 유럽, 러시아 등 우주강국들은 우주쓰레기 증가방지, 위치추적을 통한 위험회피 프로그램 기술 등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 합동우주작전본부(JSpOC)가 고성능 광학망원경을 활용, 직경 10cm 이상의 우주쓰레기를 추적하고 있으며 미 공군은 우주쓰레기를 레이더로 탐지 추적할 수 있는 일명 ‘우주 울타리(space fence)’를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직경 2cm 이상의 우주쓰레기 10만개를 탐지하는 것이 목표다. 탐지에는 해군 군함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레이더를 사용하며, 발사된 전파의 반사파를 받아 우주쓰레기를 식별하고 위치데이터를 획득한다.
또 스위스 로잔공과대학 연구팀은 우주쓰레기 청소위성 ‘클린 스페이스 원’을 개발하고 있다. 이 위성은 목표궤도에 진입해 우주쓰레기에 접근한 뒤 내장된 쇠갈퀴로 쓰레기를 긁어모아 내부의 쓰레기통에 담아 수거한다. 쓰레기통이 꽉 차면 지구로 귀환, 우주쓰레기와 함께 마찰열에 의해 완전 연소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우주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상태다.
항우연은 ‘우주 파편 충돌위험 종합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 위성에 접근한 우주쓰레기와의 충돌확률과 근접거리를 계산 분석해 일정 위험수준을 초과하면 궤도조정을 수행할 수 있다.
천문연은 우주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첫 번째 우주쓰레기 감시장비인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직경 0.5m인 광학망원경을 설치한 몽골, 미국, 모로코, 이스라엘 등 국내외 5개의 무인자동 관측소로 감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 천문연은 지난 2016년말 5개의 무인 자동 관측소를 구축하고 현재 성능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여기에 더해 천문연은 1m 및 30cm 급 우주물체를 감시 추적할 수 있는 우주물체감시레이다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구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우주선진국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충돌위험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며 “추적소가 본격 운용되면 자체적 감시능력이 확보돼 우주물체에 의한 인적 물적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