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등 종이팩 재활용율 저조…회수체계 붕괴도 재활용 저하 요인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과대포장’ 안하기 등 전 국민적 동참 시급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최근 빚어진 수도권 ‘쓰레기대란’은 정부 정책 부재와 낮은 국민들의 재활용 인식 등 총체적 문제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쓰레기가 발생한 뒤부터 재활용에서 소각까지 전 과정에서 제대로 행정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 차제에 국내 재활용 시스템의 난맥상이 드러난 만큼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분리배출 등 붕괴된 회수체계를 재정비해서 집에서 힘겹게 분리 배출한 재활용 자원들이 쓰레기로 다시 내버려지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재활용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1차적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오염된 쓰레기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때문에 지자체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비율이 40% 안팎에 불과해 버려지는 양이 더 많다.
예컨대 우유갑은 펄프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재활용가치가 높아 선별·분리 작업만 제대로 되면 정말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하지만 재질이 다른 멸균팩.살균팩, 박스 등이 섞여 들어오면 여러번 선별단계를 거쳐야 하고 분리해내기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단가가 높아지니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10년간 종이팩 재활용률은 30%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로 운영되는 포장재쓰레기는 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단일.복합플라스틱 , 발포(스티로폼) 등 7종이다. 지난 2009~2015년 7년 동안 EPR 7개 포장재의 재활용률은 평균 72%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재활용쓰레기를 종류별로 보면 종이팩의 재활용률이 가장 떨어진다.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질별 선별 시스템 구축 등 붕괴된 회수체계를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우유갑 위주의 수집과 선별이 이뤄지고 있는 재활용시장 현실상 멸균팩 재활용 시스템 구축없이 무조건적인 재활용 의무를 지우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소비자가 우유갑을 처음 버리는 단계부터 분리수거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분리 수거 이전에 재활용 쓰레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과대포장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순환자원지원유통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7년 기준으로 64.12㎏으로 세계 2위 수준이다.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도 따져보면 2015년 기준으로 1인당 420개를 사용하고 있고, 또 하루에 버려지는 종이컵은 7000만개나 된다. 사실 우리나라 포장 폐기물의 발생량은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폐기물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행 ‘제품의 포장재질ㆍ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제품의 포장공간비율은 10~35%로 규정돼 있다. 포장횟수는 의류만 1차 이내로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2차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칙은 택배상품 등 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포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과대포장과 폐기물 증가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소비자 1만5000명 중 무려 97%가 온라인 쇼핑 경험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회용품 폐기물 발생이 불가피한 만큼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들을 포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폐기물 양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올바른 분리수거에 대해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플라스틱이라고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과 소각.매립쓰레기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하다는 의미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의 경우 음식물이나 이물질이 묻었다면 깨끗하게 씻어서 배출하고 종이팩이나 페트병류도 내용물을 비우고 가급적 물로 헹군 후 압착해서 버리는 것이 좋다. 스티로폼 컵라면 용기는 씻어도 재활용이 아닌 일반 쓰레기이다. 나무젓가락이나 견과류 껍데기, 동물 뼈, 한약재 껍데기, 도자기류, 알루미늄 포일, 아이스 팩, 깨진 유리, 알약 포장재 등은 모두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버려야 한다.
아울러 정책적으로 플라스틱의 재질 구조를 통일화하고 현장에서 쉽게 선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도 요구된다. 생활 편의 및 소비 형태의 변화로 증가하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국내 재생 시스템의 고도화를 위한 연구와 투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