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인허가 막을 방법 없어…건설경기 활성화와 상충이 ‘문제’

정부가 24일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택 공급을 줄여 미분양을 줄이고 공급과잉을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허가 물량을 적정 수준으로 줄여 공급 물량을 감소시키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분양을 하겠다는 민간 기업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고위관계자는 25일 “사실 이번 대책에서, 공급조절 내용은 빠진 것과 다름 없다”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급하는 공공 물량의 경우는 조절 가능하지만, 민간의 경우 공급물량을 줄이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허가를 쉽게 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공급물량을 조절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건설경기 침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수급 불균형으로 미분양이 늘어나고, 집값이 떨어지자 지난해 7월 ‘주택공급조절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금리혜택을 통해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유도하고, 분양 시기 조절을 통해 공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던 것. 하지만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의 주택 인허가는 21만996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오히려 22% 늘어났다.

미분양 물량 역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5만257가구를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 4월 4만5573가구였으나 5월 4만9026가구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경기 역시 주택경기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공급을 줄이려면 건설경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주택시장을 살리려면 공급을 줄여야 하는 등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특히 지난해 분양보증요율을 높이는 등 분양보증심사를 강화해 공급을 줄이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순위 5대 건설사의 분양팀 관계자는 “민간물량의 대부분을 중대형 건설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증요율 0.1%를 올린다고 분양을 미루진 않는다“며 “분양보증요율 상승은 기업 부담만 키울 뿐 공급 물량 자체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달리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택지수급계획을 년단위로 세우지 않는다”면서 “외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들이 택지수급계획을 짜고, 공급이 초과될 경우 ‘인허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가 되는 택지수급계획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