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소녀상 4차례 무산…“관광객 감소 우려” -대구ㆍ광양 등 주민갈등…일부는 부지 바뀌기도 -“인권 문제로 접근…지역주민과 충분히 소통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14일 올해 처음 국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두고 전국에선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설립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소녀상 건립을 두고 지역 주민들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녀상을 한일 외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고 지역 주민간 충분히 소통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에 건립된 소녀상은 총 102개다. 소녀상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서울 은평, 전남 구례, 경기 양평 등 추진 중인 곳만 10곳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소녀상으로 지역 시민들간 갈등이 발생해 건립이 무산될 처지에 놓이기도 했었다.
올해 4월 서울 마포구 사례는 소녀상 건립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포구 소녀상은 지난해 1월 건립이 추진됐지만, 소녀상 부지를 두고 주민들의 반대로 4번이나 무산됐다.
처음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 주둔지(장교관사)가 있던 서울 상암동(일본국제학교)에 설립될 예정이었지만, 일부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또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설립 계획도 일부 상인들이 일본인 관광객들이 줄어든다고 반대해 멈췄다. 마포구청 앞은 일부 지역 의원들의 반대로, 홍익대학교 정문 옆에 세우는 안은 학교측의 반대로 역시 무산됐다. 결국 마포구 도서관 앞에 설립하기로 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남 광양에서도 올해 2월 소녀상 건립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일부 상인들이 “상권 활성화를 저해한다”며 반발했다. 결국 광양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소녀상 설치로 인해 지역 상권이 침체될 경우 이전을 검토하기로 겨우 합의했다. 지난해 대구 동성로에 세워질 예정이던 소녀상은 상인회 반대로 대구 2ㆍ28공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소녀상 건립 갈등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녀상이 건립되면 역사적 공간으로 비쳐져 상권이 위축되고,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교육적 문제도 거론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소녀상에 대해 어린아이들에게 성폭행 사건을 왜 가르치느냐며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녀상을 한일관계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 바라본다면 이러한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성희 정의기억재단 사무처장은 “조선이 일본 식민지였다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 지난 박근혜 정부 때 특히 위안부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과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등 외교 문제로만 비춰지게 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소녀상을 경쟁적으로 세우면서 지역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문제도 지적됐다. 오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소녀상 건립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단계적으로 논의를 거쳤다면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