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길 곳 없어 ‘발동동’ ‘임시공휴일 지정’ 청원글 수백개
‘개인한테 조심하라고 문자 보내면 뭘 합니까. 태풍이 몰아쳐도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조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데. 떨어지는 간판 피할 수가 있나요? 날아오는 위험물을 피할 수가 있나요?’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전국을 강타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출근길 직장인들의 불안감은 고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24일을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먼저 전국 대부분의 유치원,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면서 맞벌이 부부들이 비상이었다. 갑작스럽게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직장인들은 아이를 집에 놔두고 출근할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태풍 솔릭으로 인해 휴교 한다는데 맞벌이 부부 아이는 누가 돌봐줘야 하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린 작성자는 “아이가 저학년이라 혼자 놔둘 수도 없고 맡길 곳도 없는데 맞벌이 부부인 저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직장인들도 사람이다. 출근을 한들 혼자 두고 온 아이 생각에 일손일 잡히겠나. 그렇다고 태풍 때문에 연차 쓴다고 하면 승인해 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청원자도 “경기도는 아직 태풍 오지도 않았는데 유치원에서 2시간 빨리 하원하라고 했다. 내일은 태풍 속에 아이들을 혼자 놔두고 출근해야 하나. 우리나라에선 직장인들은 애들 낳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장거리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의 고민도 깊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송모(31) 씨는 “내일 대중교통이 마비될 수도 있는데 회사에서는 출근시간을 늦춘다거나 하는 말이 없었다. 도로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정부가 ‘외출을 자제하라’, ‘안전에 유의하라’고 안전 안내문자를 보낼 게 아니라 자연재해가 예고됐을 경우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청원자는 “한국의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에 출퇴근을 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태풍 ‘솔릭’은 초속 40m 정도로 나무가 뽑히고 자동차가 뒤집히는 등 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자연재해 등 어쩔 수 없는 날에는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안전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풍 속에서도 야외에서 일을 해야하는 배달업, 택배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무섭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의 음식점에서 배달일을 하는 최모(23) 씨는 “누가 배달원 생각해서 음식을 안 시켜 먹겠느냐. 보통 날이 안 좋으면 배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마음 단단히 먹고 출근해야겠다”고 했다.
정세희 기자/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