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형 피해 반복…대책 마련 절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지난 2008년 용인 고시원 화재 등 고시원 화재는 늘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졌다. 이번 종로 고시원 화재 역시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인위적으로 구역을 나눠 만든 고시원 특성상 가열성 물질이 많을 뿐만 아니라, 허술한 방재시설로 인해 스프링클러 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전 5시께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한 고시원에서 일어난 불로 6명이 사망하고 황모(66)씨 등 12명이 다쳤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화재 역시 일반적인 고시원 화재 특징과 유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방청의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3천35건 중 252건(8.3%)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다중이용시설인 고시원은 단위면적당 거주자가 많고 메트리스, 커튼 등 가연성 물질로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곳이다. 이번 종로 고시원 2층에는 24명, 3층에는 26명이 거주했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물론 화재가 났을 때 화재 경보음이 울려 초기에 탈출하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화재에도 대부분의 사상자들은 곧바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노후화된 고시원에는 소화기, 내부 열 감지기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002년 소방당국은 고시원이 서민들의 주거용 공간으로 변질되자 소방법 시행규칙에 고시원을 다중이용업에 포함시켜 방마다 소화기와 휴대용 조명등을 설치토록 의무화했고, 대피로를 두 방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곳이 많은 게 현실이다.
화재가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있는 새벽 5시에 발생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리 화재 초기에 경보가 제대로 울렸다고 하더라도 수면 중에는 빨리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그동안 여러 번의 화재로 교훈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서 “근본적으로는 고시원이 모텔처럼 사용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요소를 안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