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든 출근길<YONHAP NO-1662>
전국 곳곳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두꺼운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첫 한파주의속 출근길 가보니 “바깥 있기 싫어”…버스 대신 전철 “롱부츠·방한도구 민망하지 않아” 야간 근무자들 “갑자기 추워 당황” 5일 오전 열차 안보다는 쌀쌀했던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개찰구. 열차에서 내린 직장인들은 입고있던 코트 안으로 움추리거나 가방에 챙겨온 방한용구를 꺼내 착용했다. 이들은 지하상가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옷속까지 스며드는 영하권의 날씨 때문이다.

털모자 달린 코트에 장갑을 착용하고 있던 직장인 강순일(46) 씨는 “아파트 현관문을 나오는 데 도로 집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면서 “본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까지 올라가는데, 추위탓에 포기하고 직장 가까운 계단 개찰구로 나간다”고 말했다.

늦가을 비가 내리고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왔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의 아침 기온은 전날보다 10~15도가량 떨어졌다. 서울의 아침 기온은 어제보다 13도 낮은 영하 4도. 이른오전께 전국 내륙지역 대부분에는 한파 주의보가 발령됐다. 한파주의보는 영하 12도 이하의 날씨가 2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아침 출근길에서 만난 직장인들은 이같은 추위에 ‘이제 겨울이 온 것 같다’며 옷깃을 움켜쥐었다. 두꺼운 외투와 방한도구를 착용했고, 대중교통은 버스보단 전철을 주로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종각역에서 만난 윤모(26) 씨는 “버스는 앉아서 올 수 있지만 찬바람 맞으며 기다릴 자신이 없어 전철을 이용했다”고 움츠린 채 말했다. 자택이 있는 일산에서 광화문까지 버스를 타고 와 종각역 인근의 직장까지 걸어왔는데 추위 탓에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올겨울은 많이 춥다고 TV에서 가을부터 계속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제서야 실감이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동대문역에서 만난 직장인 장주혁(29) 씨도 “집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귀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면서 “갑작스럽게 날씨가 변화해서 롱패딩도 껴입었지만 그래도 많이 추운 것 같다”고 했다.

마포경찰서 앞에서 만난 성모(31) 씨는 “12월 들어서 처음 롱부츠를 신고 출근했다”면서 “완전히 겨울인듯 쌀쌀한 날씨다. 롱부츠가 민망하거나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추운 날씨는 바깥ㆍ야간 근무자들에게 더욱 매섭다. 명동 인근 호텔에서 야간 근무를 한다는 신지민(29) 씨는 “새벽에 호텔문이 열릴 때마다 프론트까지 바람이 들어와 바들바들 떨었다”면서 “몸살기운이 있어서 보일러를 세게 틀어놓고 자려고 한다”고 했다.

당산역 편의점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 김모(25) 씨도 “새벽에는 (편의점 매장)안에 있는데도 추웠다”면서 “오전에 매장에 준비돼 있던 손난로와 핫팩이 다 팔렸다”고 했다.

환경미화원 황모(57) 씨는 “오늘 아침은 어제보단 추운 것 같지만, 바람은 심하게 안불어서 다행”이라면서 “춥다기에 목폴라를 착용했다. 그런데 손하고 얼굴, 밖에 내놓은 곳이 시리고 옷사이로 한기가 들어온다”라고 했다.

추위는 주말까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서울의 경우 오는 8일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우ㆍ김유진ㆍ정세희 기자/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