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매장 내 일회용컵 금지 마트선 비닐봉투 줄이기 한창 패스트푸드점은 자발적 협약체결 환경부 “자율협약이라 강제 못해”

햄버거 세트 하나에 쓰레기 한 가득인데… 규제 사각지대 패스트푸드점
패스트푸드 매장 앞에 버려진 일회용 폐기물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케첩 묻은 종이 깔개, 햄버거 포장한 코팅 종이,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플라스틱 컵뚜껑….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패스트푸드점. 햄버거 세트를 먹고 난 뒤 쟁반에는 일회용품 쓰레기만 잔뜩 쌓여 있었다. 분명히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할 때는 ‘매장식사’는 다회용 용기를 제공한다고 안내받았지만 실제로는 일회용품이 나왔다. 종업원에게 매장식사에 왜 일회용 용기를 주느냐고 물으니 잘 모르는 듯 우물쭈물했다.

최근 일회용품 사용 규제 움직임에도 일부 패스트푸드점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었다. 작년 정부의 집중 단속으로 카페 매장에서는 일회용컵 사용이 거의 사라졌고, 대형 마트에서는 올해부터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정작 ‘일회용품 천국’인 패스트푸드점은 사실상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날 찾은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는 비닐봉지에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케첩 포장이나 종이 깔개 등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나온 쓰레기였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쓰레기 수거함을) 한 시간에 한 번씩 비우기도 하고 많을 땐 30분에 한 번 비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일회용품이 많이 나온다는 의미다. 실제 세트메뉴 하나만 시켜도 나오는 일회용품이 서너 개가 됐다.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머그컵이 유일했다.

패스트푸드매장에서 손님들이 이용하고 있는 테이블에도 다회용 용기는 없었다. 매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모(31)씨는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줄었는지 모르겠다. 카페는 작년에 바뀐 후로 매장에서 종이컵 사용이 줄어든 게 확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품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배경에 정부와 업체가 맺은 ‘자발적 협약’이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16개 커피전문점과 5개 패스트푸드점 및 환경단체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플라스틱컵 재질을 단일화하고, 유색컵 사용 억제, 전문 재활용업체를 통한 처리 의무 다회용컵 사용 혜택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회용 폐기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자발적인 약속인 만큼 강제성이 부족해 실행이 잘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기업들이 약속을 해놓고 왜 안 지키냐는 말이 많다. 일부 업체는 잘 지키기도 하지만 아닌 곳도 있다”며 “일회용품은 안 만들고 안 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용품의 규제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법에서 정한 일회용품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특정 시설이나 업종이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빨대나 종이 포장지, 종이받침은 법률상 일회용품이 아니다. 법률상 일회용품은 일회용 컵·접시·용기, 일회용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 일회용 면도기·칫솔, 일회용 봉투·쇼핑백 등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법적인) 일회용품의 범위를 확대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빨대나 종이컵, 컵 뚜껑 같은 것들을 법적으로 일회용품으로 규정해서 규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도 “패스트푸드점에는 종이 숟가락이나 깔개 등 일회용품이 많다. 일회용 플라스틱 같은 건 크기도 작아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율적 협약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자율적 협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일회용품 사용량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