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결제 전자상거래, 거래소, 푸드코트 등으로 확산 -50종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 문턱 넘어야 -당국 시선은 아직 ‘냉랭’, 보안성 지적도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일상 생활에서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이 폭넓게 확산되면서 블록체인이 실물경제 속으로 본격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연간 80조원대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가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사업이 도입됐거나 추진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서비스 중 하나가 국내 전자상거래 최초 암호화폐 결제 방식을 계획 중인 ‘테라’다. 테라는 올해 상반기 내 국내 1호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을 통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테라는 지난달 메인넷 ‘콜럼버스’를 선보였다. 콜럼버스 네트워크에 가동될 첫 애플리케이션은 결제 솔루션 ‘테라 X’다.
테라 X가 구축되면 티몬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코인 ‘테라’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테라 관계자는 “배달의 민족, 야놀자 등이 파트너사로 들어와 있어 티몬을 시작으로 이들 서비스에도 테라 X를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는 결제 활성화를 위해 거래 수수료를 0.1~1% 수준으로 낮췄고, 메인넷 시범기간 기준 7000TPS(초당거래속도)를 확보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최초로 ‘업사이드’는 3월 중순부터 암호화폐로 영화관람권, 치킨, 커피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크립토샵을 운영 중이다.
현재 결제 가능한 암호화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함께 업사이드가 직접 발행하는 플러스코인, 톡스 등 총 4종이다. 암호화폐로 모바일쿠폰을 구입해 이를 갖고 해당 상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상품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 만큼 실시간으로 암호화폐로 빠져나간다.
모바일쿠폰은 1100개 이상 등록돼 있다. 업사이드 관계자는 “오픈 한달 동안 500여명이 6300여건의 결제를 했다”고 밝혔다.
외국어 콘텐츠를 주제로 SNS서비스를 제공 중인 ‘직톡’은 8개국 언어를 가르치고 배우며 소통하는 활동을 통해 보상으로 토큰을 제공한다. 10만명 수준인 사용자 상당수가 동남아권 국가여서 직톡은 이들이 얻은 보상으로 K팝 등 한류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준비 중이다.
직톡은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이 운영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루니버스의 파트너사다. 대형 블록체인 플랫폼의 애플리케이션 업체들도 결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축산 스타트업 육그램과 외식기업 월향이 다음달 블록체인 푸드코트 ‘레귤러식스’를 공동으로선보인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N타워의 지하 2층에 문을 열게 될 레귤러식스는 블록체인 기술로 식자재 유통을 관리하고 암호화폐로 음식값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처럼 일부 업체만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도입했던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유형으로 암호화폐가 결제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 1년 암호화폐 관련 세미나, 암호화폐 관련 회사 제품 중심으로만 결제되다 현재는 실생활에서 널리 판매되는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이제 막 초기 단계여서 암호화폐가 결제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기존에 넓게 확산된 각종 간편결제 수단을 대체할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자금융거래법 상 금융감독원이 간편결제 시장을 조사하는 대상만 해도 총 50종이다. 이미 사용자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수단 대신 암호화폐를 선택할만한 유인책이 필요한 이유다. 테라가 티몬에 적용된다고 해도 티몬페이가 이미 사용되고 있는 등 잠식효과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에 대한 당국의 시선도 냉랭하기만 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가상통화 기반의 결제 데이터를 간편결제 시장 조사 범위에 포함시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12월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소액결제 모의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처리성능, 복원력, 확장성은 양호했고 소액결제에 필요한 결제완결성, 익명성 등 주요 기능도 구현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 테스트 결과만을 토대로 분산원장기술의 실제 시스템 적용 가능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안성 등 추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