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내뿜는 초미세먼지 97% 걸러낸다…세계 최고 수준
연구진이 개발한 습식 전기집진기. 정전분무 기술이 적용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가스에서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극초미세먼지를 90% 이상 걸러내는 집진기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이 설비는 화력발전소 굴뚝에 설치된 기존 장비보다 설치 면적이 3분의 1로 작고 필요로 하는 물의 양도 3분의 1로 적어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갔다는 평가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화학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PM2.5)와 극초미세먼지(PM1.0)를 각각 97%, 95%로 걸러내는 '하이브리드 정전분무 습식 전기집진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정전분무 기술을 적용한 집진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발전소에서 널리 사용되는 습식 전기집진기는 일부 초미세먼지와 탈황 공정 중 생성되는 초미세 석고 입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미세먼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사용된 많은 양의 물이 폐수를 발생시킨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습식 전기집진기에 정전분무 기술을 적용했다. 정전분무란 노즐을 통과하는 구간에 물을 뿌린 뒤 전기 자극을 가해 이 물방울을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물 분자로 바꾸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습식 전기집진기에 이 기술을 도입해 집진기 내부에 수 kV(킬로볼트)의 높은 전하량을 띄는 미세 물 덩어리를 10㎛ 이상의 물 분자로 바꿨다.

이어 연구진은 물 분자가 더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모으도록 집진기 내부를 회전형(사이클론)으로 만들었다. 쪼개진 물 분자가 회전하는 집진기 내부를 지나가면 이 과정에서 물 분자는 원심력에 의해 회전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정전기적 인력은 물 분자 근처에 있는 먼지 입자까지 끌어 당겨 먼지 입자를 모았다.

연구책임자인 에너지절약연구실 최종원 책임연구원은 "작게 쪼개진 물 분자가 회전하면서 사실상 집진기 내부는 정전기가 발생하는 '아비규환' 상태가 된다"라면서 "먼지 입자가 물 분자와 직접 닿지 않고도 모이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집진기가 '직진형'이 아닌 '회전형'이기 때문에 설치 면적도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화력발전소 내뿜는 초미세먼지 97% 걸러낸다…세계 최고 수준
정전분무를 이용해 먼지를 응집하는 원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실증 연구를 위해 약 4개월간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1발전소에 개발한 집진기를 설치했다. 그 결과 연소 이후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와 탈황 공정에서 추가로 만들어진 초미세 석고 입자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저감하는데 성공했다.

최 연구원은 "정전분무 기술은 초미세먼지 외에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가스에 포함된 먼지를 높은 효율로 저감하면서도 폐수 발생량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며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발전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증 연구를 추가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동원중공업,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