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조명래 환경부 장관] 2020년, 전기화물차 보급의 원년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자동차가 한 해 동안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총량은 2016년 기준으로 4만6000t에 이른다.

‘2016년 국가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자료에 의하면, 이 중에서 화물차가 내뿜는 미세먼지는 2만2000t으로, 전체의 53.4%를 차지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화물차 등록 대수는 360만대로 화물차가 전체 등록 자동차의 1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물차의 미세먼지 배출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경유화물차 1대는 한 해 동안 평균 8.49kg의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승용차(0.88kg/년)보다 미세먼지를 약 10배 많이 배출하는 셈이다.

환경부는 이에 미세먼지 개선 효과가 높은 전기화물차 보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화물차를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와 같은 친환경차로 전환시키기 위해 2015년부터 전기화물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구매 가능한 전기화물차가 거의 없어 그간 적극적 보급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경유엔진을 전기모터로 바꾸고 배터리를 장착해 만든 개조형 전기화물차 몇 종류가 출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기존 내연기관차를 개조해 만들다 보니 전기화물차 보급이 활발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최근 5년간 보급된 전기화물차는 총 100여 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작년 하반기에 초소형 전기화물차와 1t급 소형 전기화물차가 시장에 잇따라 선보이면서 최근 들어 전기화물차 보급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1000대가 넘는 전기화물차가 판매됐다. 초소형 전기화물차는 우체국 등 소규모 배달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1t급 소형 전기화물차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해 12월 17일 1t급 소형 전기화물차의 판매가 시작된 이후 불과 보름 만에 6000건 넘는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확산 속도가 가파르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 정부는 올해 전기화물차 7500대에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초소형 전기화물차의 경우, 2000대에 대당 510만원, 소형 전기화물차의 경우, 5500대에 대당 18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올 한 해 보급할 물량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보급한 1100여대의 7배를 웃돈다. 2020년이 전기화물차를 본격적으로 보급하는 원년이 되는 셈이다.

소형 화물차뿐만 아니라, 중·대형 화물차도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로 적극적으로 대체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형 화물차는 약 13만 대로 전체 차량의 1% 이내지만 미세먼지 배출량으로 보면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대형 화물차 1대는 승용차 1대가 내뿜는 미세먼지의 100배를 배출한다. 중·대형 화물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해결이 그만큼 시급한 것이다.

그러나 차량이 클수록 배터리 무게가 증가하면서 효율이 떨어져 중·대형 화물차에는 전기차가 적합하지는 않다는 주장도 있다. 차량 규모와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보급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에 관계부처와 함께 경유화물차를 친환경 화물차로 전환하기 위한 중·장기 추진 전략을 마련할 참이다.

이 전략에는 소형 노후 화물차 76만대를 전기화물차 중심으로 전환하고, 중·대형 노후 화물차 38만대를 수소화물차로 바꾸기 위한 세부 계획이 담길 예정이다.

이 계획이 충실히 이행되면, 경유화물차의 전기화물차나 수소화물차로의 전환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야흐로 올해가 전기화물차 시대를 본격 여는 원년이 되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는, 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발걸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