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미국인 300명 전세기로 이송
-홍콩, 대만, 캐나다, 이스라엘 등도 추진
-한국인 승객 9명, 승무원 5명 감염안돼
-'국내연고' 승객 1명·승무원 2명 이송검토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들 사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미국, 캐나다 등이 자국 승객들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이 선박에 타고 있는 한국인 승객의 국내 이송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자국 영해 내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막지 못하고, 각국이 개입할 명분을 허용한 일본 정부는 세계적 방역후진국으로 전락해 막대한 국격 손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기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들 3700여명중 코로나19 확진자는 355명에 달한다. 전날 70명이 추가 확진자로 판정되는 등 향후 선박 내 확진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선박에 탑승해 있던 미국인 승객 약 300여명이 전날 미국인 귀국용 전세기를 타기 위해 하선했으며, 17일 새벽 하네다 공항에서 2대의 전세기에 옮겨탔다.
해당 전세기는 미국으로 가 군용시설에 착륙, 2주간의 격리생활을 한 뒤 귀가 조치된다. 1대는 캘리포니아 트래비스 공군기지, 다른 1대는 텍사스의 래클랜드 공군기지로 가게 된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승객 중 4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과 가족 일부는 귀국 전세기에 타지 못하고 회복되는 동안 일본 병원에서 머물게 된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 홍콩, 대만 등의 나라도 각각 전세기를 보내 자국 국민들의 철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홍콩 당국은 이 배에 타고 있는 330여명의 홍콩 시민을 데리고 올 계획을 세우고, 일본 측에 신속한 업무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대만 정부 역시 탑승객 20여명을 데려오기 위해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캐나다 정부도 지난 15일 자국 시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보낼 것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한편, 이스라엘 당국은 이 배에 타고 있는 이스라엘인 15명을 자국으로 데려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들 중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치료 지원 목적으로 일본에 이스라엘인 의사를 파견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이 배에 탑승한 한국인 중 한국행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국내로 이송한다는 방침이다.
이 배에 탑승한 한국인 승객은 모두 9명이며, 이 중 8명이 일본 등 해외거주자이고 1명이 국내연고자이다. 정부는 이 1명의 국내 이송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다만, 1명의 국내연고자 승객이 한국행을 원하는지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배의 승무원 중 한국인 국적자가 5명이고, 이 중 국내연고자는 2명이다. 정부는 한국인 국적의 선박 승무원 역시 한국행을 원할 경우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승객 9명, 승무원 5명 등 이 배에 탑승한 한국인 14명은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정부는 한국인 14명 중 국내 연고자가 3명에 불과하고, 일본에는 우한과 달리 의료체계와 한국행 교통수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 등 대다수 나라들이 자국민 철수를 하고 있지 않고 있어 국내 이송을 추진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일본 당국의 방역능력을 불신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내 감염자가 계속 증가하고 전날 미국에 이어 캐나다, 홍콩, 대만 등이 크루즈선의 자국민 철수를 위해 전세기를 보내기로 하면서 우리 정부도 결국 이송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브리핑에서 "한 분이라도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분이 있다면, 그러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송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국내연고자 한국인 3명의 한국행 의사를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3명의 국내 이송을 위해 전세기 투입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군2호기나 C-130 수송기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군 당국에서는 군용기 투입 관련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일본 정부가 군용기 투입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어 정기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민간 여객기에 격리된 공간을 마련하는 방법 등도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17일 "아직 군용기 투입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