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식물성 단백질 섭취

화학비료 등 사용안한 유기농 식단

음식 쓰레기·일회용품 사용 줄여야

“맛보다 식품의 지속 가능성 높여라”
“맛보다 식품의 지속 가능성 높여라”

“위대한 위기가 결코 낭비되지 않도록 하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유명한 이 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전 세계 식품 시스템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전의 구매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식품 업계들은 혁신적 방법으로 발빠르게 대응중이다. 대변화의 시기, 현재는 미래의 식품 시스템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

이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19’ (Post-Corona)시대는 이전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두현 세계자연기금(WWF) 해양프로그램 차장은 코로나 사태가 무분별한 개발을 자행해오던 인류에게 커다란 시사점과 숙제를 안겨줬다고 강조한다. 그는 “코로나 사태 이후 온실가스가 크게 줄어든 ‘코로나 역설’은 사람의 활동이 중단되면 자연이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 지, 인류가 자연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며 “이러한 바이러스 전염은 지구가 인간에게 주는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량 구매에 어려움을 겪은 소비자들도 더이상 음식을 ‘맛’으로만 평가하지 않게 됐다. 코로나는 단순히 보건뿐 아니라 전 세계 식량 문제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커니(Kearney)의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자들은 과거 ‘절제없는 소비 습관’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줄이는 단백질 먹기

이러한 변화에 맞춰 식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언급되는 것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의 섭취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면역력에 도움되는 식물성 식단과 식량 확보를 위한 대체 단백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대규모 밀집 사육을 하는 공장식 축산업의 경우 대규모 전염병 확산에 취약한 편이며, 온실가스 발생의 주 요인으로 낙인이 찍힌 실정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은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교통수단 배출량(13.5%)보다 높다. 환경단체 ‘고기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은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채식을 하면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해산물 구입시에는 ‘MSC(해양관리협의회)·ASC(수산양식관리협의회)’ 처럼 지속가능 어업 인증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수산물 공급을 위해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어업을 뜻한다. WWF의 박두현 차장은 “내가 구매하는 수생물의 개체수나 서식하는 해양생태계 등 어업활동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욱 살펴봐야한다”며 “현 세대의 수산물 소비 습관이 후손의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 종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살충제가 적은 물품의 구입

유기농 등 친환경 식품의 선택도 살충제 사용을 막고 지속가능한 식품 생산을 위해 권장되는 방법이다. 식품 재배과정에서 사용한 화학물의 잔류는 식품뿐 아니라 토양과 대기,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살충제를 비롯해 화학비료로 사용되는 질소의 경우 토양 미생물에 분해되는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방출된다. 미국유기농협회(OTA)측은 “앞으로 유기농 식품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혁신적인 제품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회용품 ·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 혼란기 속 일회용품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주문과 배달음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도 일시 허용된 상태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3월 서울에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늘었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이는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한 지속가능성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유엔(UN)에 따르면 버려지거나 유통과정에서 손실된 음식으로 발생한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경영전략 자문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16억톤의 식량이 매년 버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와중에도 음식물 쓰레기는 불어나고 있어 연간 버려지는 전 세계 음식물 양이 오는 2030년에는 현재의 3배에 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30년이면 1초에 66톤, 1년에 무려 21억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쏟아진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의 모니카 반 덴 보스 베르마 박사는 “부유해질수록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증가한다”는 연구를 발표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는 것은 소비자의 승리이자 지구를 살리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