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한강하구, 언제까지 미지의 강으로 남겨둘 것인가

한국의 서해안과 프랑스 해안의 조수간만의 차는 세계적이다. 우리나라 역사 현장인 김포 문수산성에서 밀물과 썰물에 따라 펼쳐지는 한강하구 모래톱을 내려다보노라면 프랑스 쿠에농강 하구의 몽생미셸 수도원이 뇌리를 스친다. 이곳은 한강하구처럼 변화무상한 모래톱으로 물길이 바뀌면서 브르타뉴 영토가 노르망디 영토로 바뀌어 세계사의 흐름이 요동쳤던 곳이다.

바다와 접하는 연안 하구는 담수와 해수가 섞이면서 개방 하구역이 형성된다. 한강하구역은 우리나라 대하천 중에 유일하게 하구둑 없이 자연 상태로 바다로 연결된 곳이다. 그래서 한강하구는 바다와 하천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로도 주요 역할을 한다. 종 다양도가 풍부해 생태가치가 높은 독특한 생물 서식 공간인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관리가 이뤄지면 국토 가치의 잠재성을 크게 일깨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한강하구가 그동안 왜 방치되다시피 했을까?

한강하구에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가 없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한강 하구는 누구도 갈 수 없고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는 곳이 됐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의하면 민간선박도 한강하구를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선박이 왕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으며, 이런 이유로 한강하구가 미지의 강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이 구역과 주변 하도는 그 이전까지 번성하던 주운(舟運) 활동이 멎고 하천관리 측면에서 체계적이면서 통합적 조사마저 이뤄질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자연 지향적인 하천관리에 활용할 생물서식처 조사도 제대로 이뤄진 바가 없다.

이런 가운데 접근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한강과 임진강의 하구를 대상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하상변동조사, 하천 토사흐름 조사 등을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수행해 왔다. 이 조사를 통해 그간 남한 쪽 한강의 수변과 강바닥을 활발히 개발한 탓에 고스란히 한강하구의 하도형태, 수환경, 자연환경 등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장차 한강하구에서는 남북한 공동의 홍수 피해 방어는 물론 공동 자원관리, 자연생태환경 보전 등 사회적 요구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 사전에 준비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강하구는 미지의 강이다. 그래서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체계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남북 공동조사가 어렵다면 남한만이라도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우선 시행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한강하구를 둘러싸고 남북한 사이, 중앙부처 간, 중앙부처와 지자체 사이, 지자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한강하구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부처별, 지자체별, 기관별 목적에 따라 산발적으로 수집한 정보는 있지만, 한강하구 전체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아직 없다. 관리 주체별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강하구를 미래 후손들에게 희망이 가득찬 곳으로 꿈꾸게 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한강하구 통합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