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뉴스24팀] 시간당 80mm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로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이 숨진 가운데, 침수 사고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구조자로부터 처참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침수 사고에서 구조돼 부산 모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A씨는 “밖에서 물이 차오르니 압력 때문인지 차 문이 열리지 않아 너무 두려웠다”며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졌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23일 오후 10시 30분께 차량 7대가량이 부산역 인근 제1지하차도로 진입했다.
A씨는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물이 바퀴의 3분의 2 정도밖에 차오르지 않았고, 지하차도 진입 당시 경고나 주의 안내도 없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A씨는 “모든 차량이 각자 앞차를 따라 자연스레 진입했고, 안내 표지판도 없었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차도에서 중간쯤 들어왔을 때 갑자기 차량이 하나둘씩 멈추기 시작하더니, 3∼4분이 지나자 차 양 옆에서 갑자기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은 쉴 새 없이 차올라 차량 유리창 밑까지 치솟았고, 사람이 있는 차량 내부로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침수된 몇몇 차량이 하나둘씩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고, 운전자들은 공포에 떨며 창문을 깨고 나오려는 등 외부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하차도에 들어선 지 10여분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A씨는 “성인 남자 3명이 간이의자로 창문을 두드려 깨고 나왔을 땐 이미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물 위에서 연신 손을 휘저으며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고, 또 어떤 이들은 차 지붕 위로 올라가 간신히 몸을 피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간신히 헤엄쳐 차 위로 올라갔을 땐 나머지 승용차가 모두 물에 잠겨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구조되기 직전엔 차량 지붕에 올라섰는데도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지 2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도로 바깥에서 랜턴 불빛이 보이더니 몸에 밧줄을 동여맨 소방대원이 구조장비를 들고 하나둘씩 구조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소방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출입구 높이 3.5m인 지하차도에 2.5m까지 물이 들어찬 상태였다.
이 사고로 2명은 구조됐으나 병원에서 치료 중 숨졌고 한 명은 사고 5시간여만에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