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습도는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지만
많은 비, 실내활동 촉진…불쏘시개될 수도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제8호 태풍 ‘바비(BAVI)’가 오는 26∼27일 한반도 서쪽을 통과하면서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와 습도가 높아지면 바이러스가 누그러지는 효과는 있지만 실내활동이 증가해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불을 지필 수 있다고 우려했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이날 새벽 3시 현재 중심기압 980hPa, 중심최대풍속 시속 104㎞(29㎧)로, 일본 오키나와 서쪽 약 2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9㎞로 북동진하고 있다. 이 태풍은 25일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북상한다. 이후 오는 26일 제주도 서쪽을 지나 서해상으로 이동해 27일 황해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제주도·지리산 부근에는 최대 300㎜, 전라도에는 최대 150㎜, 그 밖의 지방은 30~100㎜의 강수량이 예상된다. 태풍이 제주도에 가장 가까워지는 시점은 오는 26일 오후, 서울에 가장 근접하는 때는 27일 오전이다. 기상청은 “25일 밤 제주도부터 시작해 27일까지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며 “매우 강한 바람과 많은 비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태풍이 수해 외에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발간된 호주 학술지 ‘월경성 신흥 질병 저널(Transboundary and Emerging Diseases journal)’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습도가 1% 떨어질 때마다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7∼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습도가 높으면 비말이 더 크고 무거워지기 때문에 비말이 빨리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습도가 높으면 바이러스에 불리한 것은 자명하나 요즘에는 대부분 에어컨이 제습 기능까지 가동해 실내에서 안심할 수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가 오면 사람들의 대규모 이동은 줄어드는 반면 실내활동은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장마 직후 코로나19 확산이 급증했던 것도 54일간 지속됐던 긴 장마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온도와 습도가 높은 실외에서는 바이러스가 비실비실하지만 제습 기능을 갖춘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는 비말이 에어로졸(비말핵) 형태로 급속히 퍼진다. 수십명 확진자를 낸 ‘파주 스타벅스 사례’도 이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비와 높은 습도가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외부’에 한정된다는 이야기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날씨가 따뜻하고 습도가 높으면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실내에 잘 갖춰진 에어컨시설이 변수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선진국일수록 에어컨을 위시한 실내생활문화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어 바이러스에 오히려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