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이스 등 굵직한 개발…강북, 인프라 없이 공공임대만”

강북권 사전협의없이 공공주택 공급 밀어붙이기만

강남권서 시작된 집값 상승, 강북만 희생시킨다는 볼멘소리

용산구, 노원구 주민 지속적 민원 제기에 매주 개발 반대 집회도

캠프킴 부지, 오염정화 작업 길어질듯…태릉골프장도 난항 예상

태릉포함 사전분양 3만호 내주 확정…인프라없는 공공주택에 불만 커지는 강북
서울 강남구 대치·개포동 아파트 일대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8·4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이후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지역으로 지목된 서울 노원·용산·마포구 등에서 여전히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된 강남권의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 등은 제외된 반면 강북권은 사전 협의 과정 없이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강북만 희생시킨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진다.

“강남 SETEC 빼고, 태릉·용산 강행”…공급대책 불만 커지는 강북 왜?[부동산360]

신규택지 주택공급, 강남은 7.8% 불과

정부가 8·4 주택공급 대책에서 신규택지 개발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주택은 3만3000가구 규모다.

신규택지 중 가장 큰 부지는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태릉골프장 83만㎡로 1만 가구 공급에 이른다.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 있는 옛 미군기지인 캠프킴 부지 4만8000㎡도 택지로 개발해 3100가구를 공급한다.

이 가운데 강남권의 공급물량은 2600가구로 전체의 7.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이 유력하다고 봤던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와 개포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본사 등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SETEC 부지 4만㎡와 옆 동부도로사업소 부지 5만㎡를 연계 개발할 경우 7000채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부지들이 빠지면서 8·4 대책의 신규택지 중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물량은 서울지방조달청(1000가구), 국립외교원 유휴부지(600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200가구), 문정 미매각 부지(600가구), 거여 공공공지(200가구)로 총 2600가구로 축소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무역전시장 부지는 잠실 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 개발과 연계해 용도 전환을 추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SETEC 부지는 마이스 단지를 만들라는 주민들의 압박 등으로 제외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올해 초 강남구 주민 1만명이 SETEC 부지에 마이스 단지 개발 계획을 추진하라며 서울시에 집단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강북권 대규모 임대아파트 건립 반대’, ‘강·남북의 균형 개발 추진’ 등의 주민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용산구 주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노원구 주민들은 매주 태릉골프장 개발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사실상 집단행동에 돌입한 상태다.

민원을 제기한 용산구의 한 주민은 “강남은 마이스 등 굵직한 개발이 이어지는 반면 강북은 철도 등 인프라 개발 없이 공공임대만 넣는다”면서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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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0가구 캠프킴 부지…“오염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용산 캠프킴 부지는 오염정화 측면에서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5일 “용산 미군기지의 전면적 환경오염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올라와 이날까지 700여명이 참여했다.

캠프킴 부지는 주한미군이 이전해 비어있지만 반환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반환받아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지만, 내부 오염 정도에 따라 토지오염 정화 기간·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춘천 캠프페이지는 2009년부터 3년간 약 200억원을 들여 토지 정화작업을 벌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캠프킴 부지를 반환받게 되면 복합시설조성지구 조성사업시행자인 LH에서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게 된다”면서 “이어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토부 장관이 승인·고시해야 확정된다”고 밝혔다.

군이 보유 중인 태릉골프장의 경우에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토지 용도를 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택지개발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이 부지의 공급 시기에 대해 “내년 말에는 사전청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태릉골프장은 바로 맞닿은 육군사관학교가 주요 군사시설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바로 옆 육사가 내려다 보이기 때문에 군사기밀 등을 이유로 육사 이전 논의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육사를 이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고도 제한 문제로 용적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캠프킴 부지는 토지 정화 작업에, 태릉골프장은 군사시설 이전 논의 등으로 수 년의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규 택지 3만3000가구라는 단순 공급량 확대보다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미래 집값 기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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