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동정책 ‘기울어진 운동장’ 방치한 채 예산투입만
“고용한파 극복은 친시장·기업투자 의욕 살리기부터”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정부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수 있도록 지원하기보다 노동자의 권익을 우선하는 친노동정책을 고수하면서 막대한 일자리 예산을 투입함에 따라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판 뉴딜’ 등 그럴 싸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말만 앞세우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 투입에만 골몰한 채 필요한 정책 전환에 나서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투입된 중앙부처의 일자리 예산만 2017년 15조9452억원, 2018년 18조181억원, 2019년 21조2374억원, 2020년 25조4998억원으로 4년간 80조7005억원에 달한다. 내년에는 30조6039억원으로 대폭 늘려 5년간 줄잡아 111조3000억원의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고용상황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나빠져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시장 충격이 이어지고 장마와 폭우 피해까지 더해지면서 취업자 수가 27만명 넘게 감소했다.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 행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8월에 8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11년 만에 최장 기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강화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9월 고용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책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역인 민간 기업이 맘껏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친노동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현 정부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에 한때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하기도 했으나 최근 경영계에서 강력 반대하고 있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ILO 핵심협약을 재추진하고 있다. 또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에 대해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하면서 사업주에게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시키는 안을 내 반발을 초래하는 등 다시 친노동정책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대기업 지배구조문제와 핵심계열사 매각,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등 ‘재벌개혁’을 화두로 한 ‘반기업·반시장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의욕도 꺾이고 있다. 정부가 중·장기 대책으로 디지털·비대면 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린다는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지만 지금처럼 재정에만 의존하고 지금처럼 공공 일자리 땜질 처방만 내놓아서는 일회성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늘리는데 예산을 마중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재정 확장만으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없는 만큼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혁신과 함께 신성장산업 발굴 등 혁신성장정책을 통해 민간의 고용창출력을 제고할 것을 제안한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환경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친기업적인 유연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의 고용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개혁과 신성장산업 육성 등 신시장정책과 함께 노조의 임금인상 자제와 기업의 고용유지노력 등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공동의 고통분담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