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들인 주식 65조

대출 증가액 60조

‘영끌’ 대출 넘은 ‘싹끌’ 투자…개인 주식순매수, 가계대출 순증 추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개인 투자자들의 올해 주식 순매수 규모가 투자 성장세가 가계 대출 증가액을 앞질렀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로 ‘싹끌(싹쓸이해 끌어모음)’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월 개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51조 2500억원이다. 같은 기간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해외 주식 순매수액은 13조 7000억이다. 모두 64조 94500억원이다.

한국은행 통계기준 1~8월 국내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59조9000억원이다. 주식 투자로 상당 부분 전용된 것으로 보이는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이 기간 중 17조8000억원 늘었는데 주식 순매수액은 이의 3배가 넘는다.

‘영끌’ 대출 넘은 ‘싹끌’ 투자…개인 주식순매수, 가계대출 순증 추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5조4172억원이다. 8월 말 집계 당시 잔액(124조2747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10일만에 1조1425억원이나 더 불어났다.

개인들이 신용대출을 늘려 주식 투자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역대 최대 증가를 기록했던 신용대출은 9월 들어서도 열흘 새 1조원 넘게 증가했다.

일각에서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 즉 거품경계론 우려가 나온다. 20세기 거물 경제학자인 슘페터의 제자 하이먼 민스키는 과도한 부채로 인한 경기 호황이 끝나고, 채무자의 상환능력 악화로 건전한 자산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자산가지가 폭락하는 시기를 ‘민스키 모멘트’로 이름 붙였다.

지난 11일 현재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은 1980조원이다. 작년말(1723조원)보다 257조원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올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15% 가량 몸집이 커진 셈이다.

국내총생산(GDP·명목) 대비 증시 시총 비율도 작년말 89.8%에서 현재 103.2%로 껑충 뛰었다. 미국 등 다른 주요국에 비해 아직 낮지만, 실물경기 대비 지나치게 빠른 상승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단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