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여러 물질 혼합·감염 우려로 재활용 불가
“생산부터 기업 부담 늘리고 처리까지 공공화해야”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일회용 마스크·포장 용기 등 사용이 증가하며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도 늘어나는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분리배출뿐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스크를 안 쓸 수는 없으니 다른 플라스틱을 덜 쓰자는 이야기다. 생산 단계에서 책임자에 부담을 지우고 자원 순환 과정을 공공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종이류‧비닐류‧플라스틱류‧발포수지류 등 일회용품 중 ‘재활용 가능 자원’ 배출량은 올해 상반기 1일 기준 5439t(공공시설 처리량 기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평균치는 1일 기준 4889여 t이 배출됐다. 배출량은 1년 사이 17.8% 늘어난 셈이다.
그중에서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은 단연 마스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주 생산되는 마스크는 2억장을 웃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달 약 2000억개 가까운 일회용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스크는 부직포 등 다양한 형태로 혼합됐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용기 재료로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재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단일 소재로 이뤄져야 ‘물질 재활용’이 가능한데 마스크를 재활용해 다시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마스크를 분리 배출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다.
환경단체들은 마스크 사용을 줄일 수는 없으니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소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플라스틱 사용 안하기”라고 강조했다.
시민들도 마스크 대신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 성북구 거주 김모(28)씨는 “배달이나 포장을 최근 많이 하게 되는 건 맞지만 웬만하면 플라스틱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며 “종이가 아니라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주는 음식은 집에서 개인 용기를 가져가 포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정부가 플라스틱 사용, 생산 등 단계부터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도 나왔다. 환경부는 6000여개 재활용의무생산 기업에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매긴 것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최대 20%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백 활동가는 “여전히 매출 10억원 이하 기업은 면제 등으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폐기물 처리와 자원 순환에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 활동가는 “플라스틱 폐기물 등 처리가 대부분 민간에서 이뤄진다”며 “단순히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 업체에서 수거하면 재활용됐다는 식으로 집계되는 탓에 실제로 플라스틱이 재활용하는지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달 23일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계획을 통해 2024년까지 공공책임수거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동주택과 수거업체 간 자율적으로 계약해 폐기물을 수거하는 기존 방식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수거 체계를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