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약 4500억원 규모 흑석11구역에 대형사·중견사 치열한 경쟁 예고
흑석 9구역은 삼성·현대 빅매치 가능성
누적 수주금액 현대건설 1위 독주 속 막판 판도 변화 주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여파로 국내 도시정비사업의 시장 규모가 해마다 축소되고 있다. 반면 한정돼 있는 ‘핵심 입지’의 사업장을 차지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주전에서는 현대건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다소 주춤했던 경쟁자들이 연말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시공사 선정 앞둔 흑석9·11구역, 대형사 간 ‘격전’ 예고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9구역과 11구역을 놓고 벌써부터 대형 건설사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두 곳 모두 서울의 몇 개 남지 않은 준강남권 사업지로 수주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흑석11구역 조합이 진행했던 재개발사업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코오롱글로벌·동부건설·쌍용건설·한양 등 10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시공능력평가 1,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참여하지 않았다.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은 동작구 흑석동 일대 8만9300㎡ 부지에 지하 5층~지상 16층 25개 동, 1414가구를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3.3㎡당 540만원으로, 약 4500억원 규모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에서는 현재 대우건설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일부 대형건설사들도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울 지 주목된다. 흑석11구역의 입찰 기한은 다음달 23일로 예정돼 있다. 오는 12월말에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6월 롯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한 흑석9구역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빅매치’가 현실화할 지 관심사다. 두 곳 모두 흑석11구역 수주전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 가능성은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흑석9구역은 중앙대 인근 약 9만4000㎡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흑석뉴타운 중에서도 ‘알짜 입지’로 꼽힌다.
인근의 흑석7구역 재개발을 통해 들어선 아크로리버하임의 경우 지난달 전용면적 84㎡에 20억원에 손바뀜하면서 강남3구와 성동구 고급주상복합 트리마제를 제외하고 첫 ‘20억 클럽’에 진입해 업계 주목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흑석2구역은 공공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 ‘1위 독주’ 속 정비업계 판도 변화 조짐도
연말까지 정비사업의 기존 판도가 바뀔 지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현대건설이 4조4491억원의 누적 수주금액을 기록하면서, 2위권을 따돌리고 여유 있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 규제 여파 등으로 정비사업 시장 규모가 매년 감소하는 가운데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정비사업 전체 수주 규모는 지난 2017년 28조5000억원에서 2018년 23조3000억원, 2019년 17조3000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줄어 수주액이 15조원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4구역 재개발과 경남 진주시 이현1-5구역 재건축을 수주한 데 이어, 이번달에는 지난 20일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대구 명륜지구 재개발 수주에 성공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로 꼽히는 공사비 1조8881억원 규모의 용산구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지난 6월 승리하며 일찌감치 경쟁사들을 따돌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지난 2017년 기록했던 자사의 연간 수주액 최고치인 4조6467억원을 넘어 ‘5조 클럽’ 가입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한다.
누적 수주액 2위는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1월 울산 중구 B-05구역 재개발을 시작으로 지난 8월 대전 가동2구역 재건축 등에서 누적 수주액 2조원을 넘어섰다. 하반기 부산 대어 중 한 곳으로 꼽혔던 문현1구역을 최근 수주한 GS건설은 1조8966억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3위로 뛰어올랐다.
포스코건설도 올해 들어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 송파 가락현대5차, 대구 경남타운,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사업 등 1조8000억원의 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하며 정비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