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해소 도심 호텔 활용 방안 유력 검토, 실효성 논란 지속
올해 4월 종로구 베니키아 호텔은 무더기 입주 포기, 다른 청년주택도 비슷한 상황
정부가 직접 매입 나선다지만…부작용 등 우려도 커져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정부와 여당이 극심한 전세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도심 호텔을 개조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할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정책이 추진될 경우 또다른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임대차 계약을 마감한 종로구 숭인동의 옛 베니키아호텔은 도심 호텔을 청년주택으로 탈바꿈한 첫 사례다. 하지만 개조 이후 ‘무더기 입주 포기’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이 호텔은 기존 18층, 238개 객실에서 민간임대 207가구, 공공임대 31가구 규모 청년주택으로 리모델링이 이뤄졌다. 당시 민간임대 공모에서만 10대의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시장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4월 계약 마감을 앞두고 무려 180여 가구에 가까운 입주 포기자가 나왔다. 이 같은 무더기 입주 포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너무 비싼 ‘옵션 가격’이 지목됐다. 호텔형 서비스 등 각종 옵션을 합하면 매월 60만원에서 70만원의 월세를 내야해서, 청년주택의 기존 취지에 크게 벗어났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다른 청년주택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역세권 청년주택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기준 신혼부부 민간임대 청년주택의 입주율은 60%에 그쳤다. 전체 10가구 중 4가구 비율로 공실인 셈이다.
광진구 구의동 옥산그린타워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신혼부부 민간임대 청년주택 전체 30가구 가운데 단 3가구만 입주했다. 공공임대주택 역세 전체 3가구 중 2가구가 공실이었다. 마포구 서교동 청년주택도 4월 입주 이후 민간임대 청년주택 292가구중 95가구가 공실로 조사됐다.
서교동 청년주택의 경우 보증금 1억3760만원·월세 66만원, 또는 보증금 3060만원·월세 108만원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에 위치한 마포한강푸르지오2차 단지의 당시 시세(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5만원) 등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정부는 이번 전세 관련 대책에서 이전 방식과 달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등을 통해 직접 호텔과 상업용 건물 등을 매입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역세권 청년주택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민간이 사업을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인센티브를 주거나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바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오피스텔이나 상가 건물을 주택화해 전월세로 내놓거나,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관광호텔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적지 않는 숫자가 시중에 매물로 나와 있고, 대부분 서울 요지에 위치해 있는 것도 강점이다. 정부와 여당이 즉각적인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방식 역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호텔 객실을 일반 가정집과 비슷한 주택으로 개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보증금 등을 대폭 낮추기 위해서는 결국 적지 않은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 일부 관광호텔의 경우 서울 유흥가와 밀집해 있어, 자녀가 있는 3인 이상 가구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시내 호텔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과 관련 “정부가 시간에 쫓겨서 내놓은 궁여지책으로 보인다”면서 “최종 전세 대책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언급되고 있는 것들만 보면 큰 실효성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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