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동 관광호텔 개조한 청년주택 가보니
122가구 중 28%가 대학생 입주자
LH도 ‘기숙사’, ‘1인가구 전용’으로 소개
5평 남짓 원룸…취사와 빨래는 지하 공용시설 이용
월 임대료 약 40만원 선…역세권·신축은 장점
2030세대 패닉바잉 막기엔 역부족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요즘 장안의 화제인 호텔 리모델링 주택이 신규 입주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직접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1일 기자가 찾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안암생활’은 2012년 지어진 구 리첸카운티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주택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한 부지에 사회적기업이 시행·시공했고, 앞으로도 시행사 측이 상주하며 운영을 맡을 예정입니다.
먼저, 교통편은 좋았습니다. 지하철 신설동역(1호선·2호선 지선)에서 큰길가를 따라 성인 여성 걸음으로 10분이 걸렸습니다. 위치도 대로변에 위치해 외지지 않았습니다. 늦은밤에 귀가하더라도 아주 위험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관의 모습도 깔끔했습니다. 관광호텔이었단 생각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오피스 빌딩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1층, 그리고 계단으로 내려가 만나는 지하 1~3층에 조성된 커뮤니티시설은 도심의 깔끔한 공유오피스를 닮았습니다.
3층부터는 주거층으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각 호실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흔한 오피스텔을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총 122가구이며 각 호실은 13~17㎡ 면적입니다. 5평 정도의 작은 원룸입니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각 호실마다 개별 보일러와 에어컨을 설치하고, 붙박이장을 매립했습니다.
호실 내에서 세탁기와 가스레인지, 인덕션 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입주자들은 취사와 세탁을 하려면 지하에 있는 공용주방과 빨래방을 이용해야 합니다. 박세영 LH사회주택추진선도단장은 “정해진 공간에 세탁기와 취사시설을 넣으면 공간이 너무 협소해져서 더 불편하다”며 “이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때부터 미리 공지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호실의 월 임대료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 27만~35만원입니다. 복층형이 일반형보다 조금 더 비싸게 책정됐습니다. 여기에 관리비 별도 6만원을 더하면 약 40만원이 됩니다.
서울 역세권에 있되 취사와 빨래가 안 되는 월 40만원짜리 내 집.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입주를 희망할 수도, 선택지에서 지울 수 있겠습니다. 이날 계약서를 쓰러온 권혁탁(32세·현 인천 거주)씨는 “저는 요리를 안 하기 때문에 오히려 냄새가 안 배게 주방을 집 밖에 따로 둔 공간 구성이 맘에 든다”고 했습니다. 프리랜서 작가인 권 씨는 “55만원을 내고 두세명이 셰어하는 집에 살았는데, 여기는 40만원을 내고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기자가 둘러본 이 청년주택은 대학교 기숙사와 매우 흡사했습니다. 실제로 이 청년주택 반경 2㎞ 안에는 고려대 등 대학교 8곳이 위치해있습니다. 입주자의 28%도 대학생입니다. LH 설명에 따르면 나머지 입주자도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이 대부분입니다.
이 주택을 지난달 19일 정부가 주거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비주택공실 리모델링 주택사업의 표본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어보입니다. 사업자인 LH도 안암생활을 ‘도심지 대학가의 1인가구 전용 청년주택’ 또는 ‘기숙사’라고 공식적으로 소개합니다. 한마디로 ‘잠시 거쳐가는 공간’ 내지는 ‘청년층 주거 사다리’ 역할에 그칩니다. 반면, 최근의 전세난과 2030세대의 패닉바잉은 ‘내 집 마련’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어찌됐든 안암생활은 전날 30일부터 집들이를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입주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입주자들은 2년마다 재계약을 하게 되며 5% 한도내에서 임대료를 증액하게 됩니다. 최장 거주 기간은 6년입니다.
이 청년주택 사업에는 총 220억원이 들었습니다. 이 중 절반은 토지매입비로 쓰였습니다. 호실 당 리모델링 비용은 약 2000만원이 들었습니다. 재원 조달은 정부의 재정이 45%, 주택도시기금 50%을 포함했습니다. LH관계자는 “향후 운영을 맡은 민간주체가 운영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면 LH가 직접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