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정기회, 필리버스터로 종료

공수처법 개정안에 與野 극한 충돌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21대 국회 첫 정기회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로 끝맺었다.

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임명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충돌하면서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행보를 거듭 응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종종 항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이 사퇴를 요구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꺼내 독서를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비쟁점 법안 표결이 모두 끝난 9일 오후 9시 정각부터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다. 그는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10일 0시까지 3시간 동안 '단독'으로 연설을 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꼽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당시 울산시장 출신이다.

그는 연설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거대 여당의 의도대로 일방 처리되면 대한민국 헌법과 자유 민주주의, 국회를 모두 깔아뭉갠 입법 폭주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문주(文主)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문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들로부터 나온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검찰개혁이 과연 어떤 것인가"라며 "공수처를 출범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면 사법 정의가 바로 서는가"라고 따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던 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있다. [연합]

김 의원은 중간에 흠뻑 젖은 마스크를 바꿀 정도로 핏대를 세웠다.

그가 "기회가 평등하다고요", "과정이 공정하다고요", "결과가 정의롭다고요"라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니요"라고 말하며 힘을 보탰다.

연설 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추 장관, 이중적 태도에 대해 김 의원에게 답변해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에 "또 '소설 쓰시네' 그러면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김 의원이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야당 비토권을 강조했던 박주민 의원의 과거 발언을 회의장 화면에 띄우자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연설이 2시간을 넘겼을 때쯤 김 의원은 말을 마시며 "제가 오늘 기저귀를 차고 와 끄떡없다"고 했을 때는 여야 구분 없이 웃음이 나왔다.

김 의원은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자정이 가까워지자 “(필리버스터를)10시간 하려고 준비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으로 종료된다.

민주당 의원 20여명, 국민의힘 의원 70여명 등 100명 안팎 의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