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카디즈 진입은 훈련 아닌 군사행동”

中·러, 밀월 강화 속 美 견제 발걸음 확대

[신대원의 軍플릭스] 中·러의 예사롭지 않은 ‘카디즈 집적대기’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세밑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더기 진입 뒤 중러는 이 같은 훈련을 한층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공공연히 밝히며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2013년 확장 전후 KADIZ 범위.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세밑 불거진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진입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무더기 카디즈 진입은 단순히 한국만 노린 게 아닌 조 바이든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라 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향후 이 같은 연합훈련을 한층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내비치며 동북아시아정세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방공식별구역 25개국 채택=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과 다른 개념이다. 현재 약 25개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방공식별구역 개념을 도입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동서냉전이 태동하던 1950년대 소련의 폭격기가 알래스카를 넘어 미 본토를 폭격할 것에 대비해 처음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다. 현재는 한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스웨덴, 인도, 대만, 필리핀 등이 운영중이다.

한국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3월22일 유엔군사령관이 처음 카디즈를 설치했다. 이후 2007년 ‘군용항공기 운용 등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며 국내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카디즈는 2013년 중요한 변곡점을 겪는다. 중국은 같은 해 11월 자국의 국가안보 보장과 관할권을 내세워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일방 선포했는데 여기에는 카디즈 일부와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상공까지 포함했다. 중국은 국방법과 민용항공법, 비행기본 규정 등에 근거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는데 유엔에 제출한 대륙붕 경계와 유사한 경계로 해양관할권 분쟁에 대비한 포석임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한국은 같은 해 12월15일 이전까지 카디즈 밖에 있던 이어도와 마라도, 홍도 영해 일부를 포함하는 등 카디즈를 확대했다. 주변국과 마찰을 최소화하면서도 한국 관할 수역 상공을 염두에 두면서 국익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카디즈 확장은 대한민국 수립 이후 주변국이 주장하는 경계선을 넘어 확장한 최초의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방공식별구역은 각국이 배타적 권리를 갖는 영공이나 영해와 대륙붕 등에 대해 규정한 유엔해양법에 비해 국제법적 합의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실제 러시아와 북한 등은 방공식별구역 자체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달에 따른 비행체 속도와 능력의 비약적 발달로 각국의 국가안보 보장과 예방, 사전경고 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중다. 러시아도 이 같은 인식에 따라 발트해와 흑해 등지 공해상에서 방공식별구역과 유사한 식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의 훈련을 빌미로 한 카디즈 무단 진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중러 “연합훈련 늘릴 것”=문제는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 횟수와 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의 카디즈 진입 횟수는 2018년 230회, 작년 180회로 이틀에 한번꼴로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에 중러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을 야기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제2차 연합공중전략훈련을 거론하면서 중러 양국이 그동안 너무 적은 연합훈련을 했기 때문에 관심이 커졌다며 훈련을 더 늘려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중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면서 “미국이 점점 더 일방주의를 확대하고, 중러에 대한 비양심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중러 간 협력을 촉발했다”며 중러 연합훈련 확대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중러 외교장관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미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알렉세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중러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 당일인 22일 전화통화를 가졌다. 왕 부장은 통화에서 “미국이 시대를 역행해 여전히 일방적인 제재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국제관계 준칙 아래 세계의 공평과 정의를 지키길 원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 역시 “미국의 다자주의 파괴 행위를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저지하고 중러 양국의 공동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화답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훈련에 대해 양국 전략협력 수준과 연합행동 능력을 높이고 전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미국에 대항한 패권경쟁 행보임을 자인한 셈이라 할 수 있다. 군 소식통은 “중국과 러시아가 훈련을 내세우고 있지만 카디즈 진입은 단순한 훈련으로 볼 수 없다”며 “한국과 일본 근해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들의 작전영역을 확인하는 무력시위를 겸한 군사행동”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