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많은 눈에 눈사람 파손 처벌 문의 늘어

‘소유권’ 입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처벌 어려워

영업활동 이용·자본 투입 등 눈사람은 처벌 가능

눈사람, 무심코 발로 찼다가는 ‘쇠고랑 찰 수도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눈사람 모습. 채상우 기자/123@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눈사람이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발로 차나요. 아이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문밖에도 못 나가 여태 눈 오는 것만 바라보다 오늘 처음 만든 눈사람인데…. 눈사람 부수는 것은 정말 생각 없고 미운 행동입니다. 사과하세요.”

퇴근길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던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의 한 빌라 1층 출입문에 게재된 부서진 눈사람과 관련한 ‘항의서’ 내용이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이 만든 토끼 모양의 눈사람은 한 시간도 안돼 처참히 부서져 있었다.

18일에도 많은 눈이 예보돼 있는 등 예년에 비해 올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길거리 여기저기 부서져 있는 눈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눈사람을 부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냐’는 글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과연 눈사람을 부순 사람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까.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눈사람을 만드는 눈 자체가 자연물로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이 분명해야 한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재물손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이 분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눈 자체가 자연물로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우며, 눈사람이 자연물로 만든 창작물이라고 할지라도 공원 등에 방치한 눈사람의 경우 더욱 소유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눈사람이 영업 활동에 사용됐거나 만드는데 시간, 돈, 노력 등이 많이 들어갔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8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제작한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 모양의 눈사람이 그런 경우다.

이에 대해 고범석 변호사(법률사무소 시냇가에심은나무)는 “눈사람이 가게 홍보물로서 사용되고 있었고 이와 같이 눈사람을 부순 행위로 인해 업무의 경영 저해가 초래됐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범한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예술가가 만든 작품일 경우, 전시 도구로 사용했다면 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관리 가능한 지역, 예컨대 집 마당 등에 충분한 시간과 자금을 들여 만들었다면 주거침입 및 손괴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