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석…무성의·동문서답 답변 논란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평생 철퇴는 가혹”
전용기 “26일 업무보고시 집중 추궁”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대한체육회가 체육선수의 학교폭력(학폭) 근절 방안을 묻는 국회의 질의에 무성의하고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는 학폭 발생 이유에 대해 구조적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라는 개인의 심리적 요인을 들었으며, 향후 전수조사 계획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23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학폭 이유를 묻는 전 의원의 질의에 “자기성찰이 부족한 청소년기에 성적에 대한 부담감 등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가혹행위라는 방법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학폭은 코치와 선수 간, 선수와 일반학생 간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도 그 범위를 ‘동료 선수’로 한정한 데다 발생 이유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기술해, 체육계의 지나친 위계 등 구조적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다른 문항에 대해서도 질문의 의도나 이슈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종목별 협회 또는 선수를 통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 있는지’를 질의한 것에 대해서는 “스포츠윤리센터가 발족되면서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업무가 모두 이관됐다. 비효율을 막기 위해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다”고만 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클린스포츠센터) 및 대한장애인체육회(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능을 통합해 지난해 8월 출범했다. 담당 부처만을 밝혔을 뿐 정작 전수조사 계획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문체부와 협의해 전수조사 “계획이 있다” 혹은 “어떤 사유에 의해 계획이 없다”고 답했어야 하는 질문인 셈이다.
스포츠윤리센터 출범 이전 대한체육회 내 신고센터의 자료 분석도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대한체육회는 ‘작년부터 현재까지 폭행 등 가혹행위로 접수된 진정이 있었는지’ 묻는 질의에 대해 자료를 제출했지만, 신고 사례들이 제대로 취합·분류돼 있지 않고 요지·자체 종결 사유도 빠져 있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에 추가 질의하자 “인권센터는 폭력·성폭력 위주로 접수했고 클린센터는 입시 비리·승부 조작 위주로 접수해서 처리했다. 명확히 구분해서 처리한 건 아니고 중복되는 경우도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끝으로 학폭 근절 보완책 질문에는 알려진 바와 같이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대해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이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도 교화해 올바른 자세로 사회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고 답해 ‘동문서답식 답변’의 방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각계 비판이 쏟아지자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징벌 및 규제를 우선해서 실시하되, 청소년인 점을 참작해 올바른 자세로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병행하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전 의원은 “체육회가 질문 핵심과 의도를 전혀 파악 못 한 대답을 해왔다. 물론 물리적 폭력의 정도가 다르고 사안마다 조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평생 징계’ 여부에 대해 언급은 할 수 있으나 피해 근절 보완책이 아니라 가해자 구제 보완책을 답한 것”이라며 “기타 문항에 대해서도 오는 26일 업무보고 때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