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조망권, 법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드물어
“한남동, 이태원동도 1종 주거지역이라 얻어걸린 격”
누구든 자신이 소유한 토지에 합법적으로 건물 지을 수 있어야
“30층으로 막는 것과 50층으로 막는 것은 압박감 달라” 반론도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한강 조망이 사유재산이 아닌데 50층 아파트를 병풍처럼 둘러 독점하겠다는 욕심을 허용해선 안 된다.”(성수전략정비구역 50층 아파트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시민)
지난 7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성수동 한강변에 50층 아파트가 지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합원들에겐 오랜 숙원사업이 이뤄지는 셈이지만, 한편으론 이 논쟁적인 ‘50층’ 아파트를 놓고 특혜 시비, 그리고 한강 조망권 사유화라는 반대 논리도 등장했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을 집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권리. ‘한강 조망권’은 명실공히 집값을 올리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시장에선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한강을 바라보는 세대를 그렇지 않은 세대보다 더 비싼 값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이 한강 조망권은 법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일까. 원래는 집에서 한강이 보였는데 더이상 안 보이게 되면 침해 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정비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일조권과 달리 한강 조망권은 거의 인정되지 않는 편”이라고 밝힌다.
법무법인 지평 건설·부동산팀의 정원 변호사는 “전국에서 한강 조망권이 인정받는 곳은 한남동, 이태원동 등의 단독주택가 뿐”이라며 “그것도 이 지역 자체가 1종 전용주거지역이라 서울시 조례에 따라서 건축물의 높이가 6미터(2~3층 주택)로 제한되기 때문이지 원래부터 한강조망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마침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이 지역에 건축물 높이 규제가 가해져 결과적으로 보니 ‘한강 조망권’이 성립해버린다는 의미다.
또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한강 조망권은 인정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해당 판례에서 원고 A씨는 타인 소유의 땅을 관통해서 한강 경관을 조망해왔는데, 그 타인이 자기 땅에 건물을 지으면서 더이상 한강을 못 보게 되자 ‘한강조망이익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토지 소유자는 자신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자유롭게 행사해 건물을 건축할 수 있고, 그것이 건축관계법규를 어기지 않았다면 인접한 토지에서 조망의 이익을 누리던 자는 이를 함부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말한다.
정 변호사는 “한강을 가리고 안 가리고를 떠나서 아파트를 너무 촘촘하게 지어 그 주변 주민에게 압박감이 들게 만들거나 사생활 침해가 일어난다면 그 때는 손해배상을 주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한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도 “타인이 내 땅 앞을 막는 건 가능한 일인데, 그걸 30층으로 막는 것과, 50층으로 막는 것과, 100층으로 막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우리나라 일반주거지역에서 최고층수는 49층이었는데 50층은 처음 허용하는 것이라 결국 특혜문제가 번질 수밖에 없다”고도 전망했다.
물론 오 시장이 2009년 선보인 ‘한강 르네상스’ 계획은 50층으로 건축하는 대신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을 25%로 늘리는 방안도 담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공공기여는 직접 피해를 입는 사람에게만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분산해서 보상되는 것이라 갈등을 원천적으로 잠재우는 수단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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