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우리나라 채소 하나가 전 세계적인 매체에 이처럼 자주 언급됐던 적은 없었다. 봄철 채소중의 하나였던 미나리는 영화 ‘미나리’ 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궁금증도 커진다. 왜 그 많은 우리 채소 중에 미나리일까. 이는 영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의 어릴적 기억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집에서 키웠는데, 다른 채소보다 잘 자라는 모습이 그의 기억에 강렬히 남았던 것이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가 본 미나리의 특성은 정확했다. 미나리는 깨끗한 물이 아니어도 잘 자라고, 습지 정화능력도 뛰어나다. 들풀이 가진 끈질긴 생명력도 가졌다. 이 때문에 미나리는 한국인의 강인한 생명력과도 연관되어 조명을 받았으나 이미 우리 조상들은 이전부터 이러한 특성을 높게 평가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조상들은 미나리를 채소 중에서 ‘최고의 품격’으로 꼽았다. 옛 사람들은 풀과 나무에도 품격을 매겼는데, 나무로는 소나무, 꽃으로는 매화, 채소에는 미나리를 꼽은 것이다. 특히 미나리는 세 가지 덕을 가진 식물이라 하여 ‘근채삼덕’이라 불렸다. 속세를 상징하는 진흙땅에서 때가 묻지 않고 싱싱하게 자라나는 심지, 음지라는 악조건을 극복하는 지혜, 그리고 가뭄에도 푸름을 잃지 않고 이겨 내는 강인함이 그것이다.
실제로 미나리는 물기가 많은 곳이면 어느 토양에서든 잘 자란다. 가정에서도 키울 수 있다. 뿌리부분을 용기에 넣고 물에 담가두면 새 줄기와 잎이 나온다.
강인함과 달리 이름은 부드러운 향기가 감돈다. 미나리의 어원과 학명(Oenanthe)을 살펴보면 모두 ‘좋은 향기가 나는 식물’을 강조한 뜻이다.
물론 풍부한 영양소도 갖췄다. 미나리는 해독작용에 좋은 대표 채소이다. 조선시대 의서인 동의보감에서는 “음주후 열독을 치료하며, 대장·소장에 이롭다”고 설명돼 있다. 복어탕에 미나리가 올려지는 것도 복어의 독성 성분을 해독해주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해독과 혈액 정화에 도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작아작 씹히는 맛과 특유의 향, 달면서도 매운 맛 또한 미나리만의 개성이다. 미나리를 데칠 때 끓는 물에 넣었다가 얼음물에 다시 헹구면 이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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