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잘나가는 가상인간은 전부 여성인데 남자 버전은?”
래아(23세), 로지(22세), 루이(22세) 등 최근 국내서 화제가 된 가상인간이다. 모두 젊고 외모를 뽐내는 ‘여성’이다. 최근 신한라이프 광고에 등장한 22세 ‘로지’는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회를 넘어서며 가상인간 마케팅 흥행 조짐을 알렸다.
가상인간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말 그대로 가상의 인물이다. 기획 단계부터 성별, 나이, 성격 등 자유롭게 부여할 수 있다. 최근 등장한 가상인간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여성들로 설정돼 있다.
업계에선 사용자들의 선호도는 물론 여성이라는 성별이 주는 친밀감과 전달력 높은 목소리를 꼽는다. 많은 사용자들이 남성의 목소리보다 여성의 목소리를, 남성의 외모보단 여성의 외모에 더 큰 친근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인디애나 대학 칼 맥도맨 교수의 2008년 연구 내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맥도맨 교수는 동료 연구원들을 남성과 여성 그룹으로 나눈 뒤 컴퓨터가 합성한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여성의 목소리가 더 따뜻하고 안정감 있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총 507곳의 기관을 전수 조사한 결과 ARS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91.3%가 여성의 목소리를 채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남성 버전’ 가상인간은 안 나올까.
최근 국내 가상인간 개발사들은 ‘남성’ 가상인간 출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로지를 제작한 개발사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로지’의 후속 버전으로 남성 가상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관계자는 “로지 다음으로 남성과 여성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남성 버전이 먼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성 가상인간은 로지를 공개한 올해 초부터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이름과 성격, 나이, 직업 등 구체적인 캐릭터 설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가상인간 ‘수아’를 개발한 온마인드도 후속작으로 남성 가상인간을 내놓을 계획이다. 온마인드 측은 “수아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라인업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남성 모델은 빠르면 다음 순서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마인드는 현재 단일 모델인 수아에 이어 후속 가상인간을 등장시켜 다양한 버전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외 가상인간 개발사 측들도 남성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인간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남성 가상인간의 등장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첫 가상인간은 남성 사이버 가수 아담이다. 아담은 1997년 3차원 게임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인터넷 벤처회사 아담소프트가 제작했다. 아담 앨범 판매량만 20만장에 달했다. 인기에 힘입어 각종 CF 광고도 찍었다. 활동 3개월 만에 5억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후속으로 등장할 남성 가상인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인간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각양각색의 가상인간을 등장시켜, 이용자들에게 거부감을 줄이고 친숙함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