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스토킹처벌법’ 시행 앞두고
가해자-피해자 관계성 넓게 해석
200쪽 책자에 범죄 판단기준 담아
경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스토킹범죄 성립요건을 폭넓게 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스토킹행위를 범죄로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가해자·피해자 관계 유형 해석과 지속성·반복성 기준을 제시, 현장에서 적극 대응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은 오는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 시행에 앞서 법조계, 학계 자문을 거친 현장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200쪽 넘는 책자로 만들어진 매뉴얼은 현장에서 스토킹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해외 입법례 및 판례, 연구논문 등으로 구성됐다.
스토킹처벌법에서는 범죄에 이르지 않은 스토킹행위를 크게 5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고,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면 스토킹범죄가 된다고 규정한다. 스토킹행위 유형은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 전화 팩스 등으로 물건이나 글, 말, 그림, 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 통해 물건 등을 보내는 행위 ▷주거와 그 부근에 놓여진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다.
그러나 새로 제정된 법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스토킹행위·범죄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이번 매뉴얼에는 스토킹범죄 가해자·피해자 관계의 특성 소개에 많은 내용이 할애됐다.
배우자, 연인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단순집착형, 스타와 팬처럼 과거에 특별한 교류가 없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애정집착형, 타인과 영적 결합이 있다고 망상하는 망상형 등 해외 논문을 참고로 했다. 이런 가해자·피해자 관계를 토대로 스토킹행위를 단순 스토킹행위로 볼지, 스토킹범죄로까지 볼 수 있을지 판단케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토킹처벌법에 가해자·피해자 관계 설정이 안 돼있고 기존 판례가 없어 법 시행 후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스토킹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관계를) 넓게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행위의 지속성·반복성에 대한 참고 기준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 의도가 중요하다는 일본 등 해외 판례와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 성립요건을 참고로 했다. 과거 신고 이력도 참고해야 한다고 권고됐다. 특히 지속성·반복성과 관련해서는 ‘점진범’ 유형에 대한 소개도 포함됐다. 점진범은 일정 목표로 동종 행위를 반복하면서 다른 태양의 행위를 실행하더라도 방향성이 같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칼을 들고 피해자의 집 앞에 계속 찾아오던 가해자가 어느 날 꽃을 들고 왔더라도, 꽃을 들고 온 행위 역시 범죄로 판단할 수 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