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재력가를 속여 사업자금 등의 명목으로 무려 9년간 약 70억원을 뜯어낸 30대 여성이 법정 구속됐다. 이 여성은 슈퍼카를 수십대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염모(38·여) 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외국 국적인 염씨는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친분이 있는 재력가 A씨에게 생활비와 사업자금 명목으로 모두 71억9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염씨는 세계적인 통·번역 회사를 운영하는 여성을 잘 알고 있으며, 이 여성이 자신의 돈을 갚아줄 수 있다고 A씨를 속였다. 또 "미국에 있는 양아버지가 사망해 상속받을 재산이 145억원에 달한다"며 "상속세 선납금을 빌려달라"는 수법으로 A씨의 돈을 뜯어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통·번역 회사 소유주 명의 차용증이나 미국 국세청 공문 등을 A씨에게 제시해 신뢰를 얻었지만, 이는 모두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염씨는 A씨에게서 받아낸 돈 50억원을 들여 2014∼2016년 수입차 37대를 샀다. 또 이 차들을 중고로 팔아서 남은 33억원을 생활비로 탕진하거나 지인들에게 빌려주는 등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염씨는 재판에서 "A씨로부터 5억원을 빌린 것은 맞지만, 나머지는 통·번역 일을 해준 대가로 받은 돈"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통·번역 업무를 의뢰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10년 동안 65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재력가인 피해자와 친분이 생긴 것을 기화로 10년에 걸쳐 각종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여 72억원 넘는 거액을 편취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도 만연히 피고인의 말을 믿고 거액을 지급해 피해를 키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