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7·10 대책 발표후 매물 줄어

시행 전 매물 내놓을 것이란 정부인식과 정반대

서울 월평균 주택 증여량은 1000건 이상 늘어나

홍 부총리 “양도세 완화해도 어차피 매물 안 내놓을 것”

전문가 “정부, 그냥 양도세 중과 풀기 싫은 것”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주택 양도세를 중과했더니 매물이 감소했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도록 중과를 풀어보면 어떨까. 매물이 안 나오면 원점이고, 늘어나면 정책이 효과를 낸 것 아닌가. 그런데도 ‘양도세를 완화해도 매물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한사코 중과를 풀 생각이 없다는 정부의 논리는 무엇일까.

“왜 풀기 싫다고 말을 못해”…양도세 중과 후 매물 감소 뚜렷, 풀어도 똑같다? [부동산360]
송파구 주택가 단지 모습(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헤럴드경제DB]

24일 국회에 따르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다주택자 매도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주택 양도소득세율을 10%포인트 인상하는 등 양도세 중과를 골자로 하는 7·10 대책을 발표한 이후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다주택자 전체 주택 매도량은 7·10 대책 발표 이전인 2020년 6월 7886건이었으나 발표 이후인 7월 7140건으로 줄었고 8월에는 3342건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 및 바람과 정반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10 대책 발표 이후인 지난해 8월 20일 국회 기재위 전체 회의에서 “양도세 중과는 내년 6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1년 사이에 다주택자 매물이 상당 부분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실제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책 발표 이전인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로 보면 서울 다주택자 월평균 주택 매도량은 4564건이었다. 대책 발표 이후부터 적용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의 매도량은 4331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는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8·2 대책과 7·10 대책 전후 주택 증여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8·2 대책 전후의 서울 월평균 주택 증여량은 1108건에서 1796건으로 증가했고 7·10 대책 전후의 증여량은 1963건에서 3151건으로 늘었다.

유 의원은 지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양도세를 강화하면 시행 시점 이전에 매물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정반대의 효과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10년 동안 서울 지역에서 급속도로 집값이 올라가고 있는데 다주택자가 집을 팔지 않는 매물잠김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정부의 목적이 단지 ‘매물 출하’였다면 그에 맞는 수단을 새로 강구하면 될 것이다. 양도세를 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해도 어차피 매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홍 부총리는 이미 여러차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완화할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로)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 대해 굉장히 불확실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라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조였으면 풀어보고 어떤지 관측해보면 된다”면서 “시도해서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는데도 거부한다면 그냥 (양도세 완화가) 싫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양도세 완화로)누군가 차익실현해 돈 버는 것을 못보겠다는 심리일 수도 있다”면서 “거기에 천착하다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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