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넘는데 4개월이나 대기” 초호화 ‘홈PC방’ 열풍
집에서 게임을 즐기기 위해 고가의 게이밍 모니터, 게이밍 의자 등을 구매한 이용자[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 직장인 박모씨(29)는 4개월 전에 주문한 게이밍 모니터를 지난주에 배송 받았다. 주문과 배송까지 소요된 시간은 4개월 남짓. 가격마저 100만원이 넘지만 고사양 게임장비를 받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하루도 안 빠지고 눈팅 하고 재입고 언제 되는지도 종종 물어보며 기다렸다”면서 “성능은 매우 흡족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게이밍 장비가 호황을 맞고 있다. 게임 전용 고사양 모니터, 의자, 노트북 등 고가 라인업 판매량이 늘었다. 집에서 게임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홈PC방’을 꾸미는 이용자 증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LG전자 ‘울트라기어 27GP950’는 배송부터 주문까지 3~4개월 가량 걸린다. 지난 5월 출시된 이 제품은 8월께부터 온·오프라인 매장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소량 물품이 일부 매장을 통해 예약판매로 유통되면서 배송 기간도 길어졌다. 그러나 구매자들은 ‘퇴근후 4개월 넘게 기다린 제품’ ‘끝판왕 모니터답다’ ‘가격만큼 좋은 화면을 보여준다’ 등 후기 게시판에 ‘홈PC방’ 장비에 대한 만족감을 보였다. 수급 불균형으로 최장 4달가량 소요됐던 제품 배송은 이달부터 정상 유통이 이뤄진다.

“100만원 넘는데 4개월이나 대기” 초호화 ‘홈PC방’ 열풍
LG전자 울트라기어 27GP950.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20만원대인 같은 크기 모니터보다 4배 비싼 10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때 주문에서 배송까지 최장 4달가량 소요됐다. [LG전자 제공]
“100만원 넘는데 4개월이나 대기” 초호화 ‘홈PC방’ 열풍
삼성전자가 7월 출시한 삼성전자 네오 G9. [삼성전자 제공]

국내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8년 약 13만대에서 지난해 기준 약 36만대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 수요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모니터링 시장 수요가 30만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게이밍 모니터란 분석이 뒤따른다.

20~30만원대 보급형과 달리 고가 라인은 200만원을 넘는다. 삼성전자가 7월 출시한 ‘오디세이 네오 G9’은 출고가가 240만원이다. 그러나 고가 제품은 높은 주사율과 커다란 화면으로 생동감을 높여줘 ‘홈PC방’에 없어선 안 될 장비다. 시장조사기업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게이밍모니터(100Hz) 출하량은 전년 1840만대 대비 41% 증가한 2590만대가 예상된다.

게이밍 노트북도 예외는 아니다. 고성능 게임을 노트북에서도 즐기기 위한 수요가 늘면서 판매량도 날개를 달았다.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한 해외 기업들도 국내에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HP는 3년 만에 게이밍 노트북 들고 한국 시장을 찾았다.

게이밍 노트북과 데스크탑 시장은 외산 브랜드가 대세다. 업계는 국내 게이밍PC의 약 80%를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등 외산PC업체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 중이다.

레노버(Lenovo) 관계자는 게이밍 라인업과 리전(Legion) 아이디어 패드 게이밍 등 레노버의 게이밍PC가 국내에서 연간 약 5만대 판매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레노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이밍 PC는 노트북인 ‘리전5프로 16ACH6H(AMD)’와 데스크탑인 ‘리전 T5 26AMR5(AMD)’다. 각각 165만원과 167만원에서 시작한다.

“100만원 넘는데 4개월이나 대기” 초호화 ‘홈PC방’ 열풍
제닉스의 50만원대 게이밍 의자 아크레이싱 리얼 레더 에디션. [제닉스 홈페이지 갈무리]

그래픽 카드 가격도 뛰었다.지난 상반기 가상자산 채굴을 위해 그래픽 카드 수요가 폭증 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그래픽 카드 품귀 현상이 일었다.

인기 제품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60’은 현재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90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초기 출고가가 45만~50만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거품이 껴있는 셈이다. 채굴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5월에는 120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덩달아 게이밍 의자도 특수를 누렸다. 국내 게이밍 의자 1위 업체인 제닉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10만대가 넘게 게이밍 의자를 판매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해 추정 판매량이 약 13만대임을 감안하면 수요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