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미국에서 기차와 트럭이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두동강 난 트럭에서 운전자가 탈출해 큰 부상 없이 목숨을 건졌다. 트럭은 칼로 절단된 것처럼 두개로 분리됐지만 운전석 부분은 훼손되지 않아 화를 면했다. 트럭운전사는 사고 당일이 33세 생일이었다며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일"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미 ABC뉴스 WISN-TV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州) 밀워키 서부 리버밸리 도로에서 달리던 아마존 택배트럭이 기차와 충돌했다.
사고 현장을 찍은 사진에는 마치 기계로 잘라낸 듯 깨끗하게 두동강 난 차체가 선로 옆에 널부러져 있었다.
차량 운전자는 아마존 택배 운전사 엘렉산더 에반스(33)로, 당시 에반스는 배달을 위해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사고가 난 건널목에는 신호나 차단기가 설치되 있지 않아 운전자가 좌우 안전을 확인한 후 건너야 했다.
에반스가 기차를 보지 못한 이유는 이곳 지형의 특수성도 작용했다. 가로수를 사이에 두고 선로와 평행하게 난 도로를 달린 후 좌회전해 선로를 횡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좌회전 각도가 가팔라 건널목 위로 차체를 어느 정도 진입해놓지 않고서는 기차가 보이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에반스는 자신이 지났던 길을 지도에 빨간색으로 표기하며 현지 언론에 위험성을 전달하기도 했다.
설상가상, 에반스는 왼쪽 귀에 청각장애가 있어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에반스는 "기차에서 큰 경적소리가 울려 위험을 감지했지만 때는 늦었다"며 "이미 건널목에 진입한 상태"고 말했다. 이어 "기차에서 얼마나 떨어질지 몰랐지만 가속페달을 밟아 건널목에서 벗어나려 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에반스는 필사적으로 기차를 피하려했지만 차의 후면부가 기차와 충돌하고 말았다. 그러나 순간, 차량이 두개로 절단나더니 전면부는 선로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후면부는 기차와 정면충돌했다.
기적적으로 에반스가 타고 있던 운전석 부분은 앞 유리에 큰 금이 갔을 뿐 다른 훼손은 없었고, 에반스는 무사히 트럭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에반스는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 몇 초라도 늦었다면 운전석까지 기차와 충돌했을 것"이라며 "살아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바람과 충돌 충격, 에어백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며 "솔직히 무엇을 감지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특히 사고 날은 에반스의 33세 생일이기도 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에반스는 "불행 중 다행으로 끔찍한 사고에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생일 선물"이라며 감사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