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태평양 퇴사한 후 스타트업 설립

자동화 법률서비스 도입해 리걸테크 확장

무작정 뛰어드는 것보단 철저한 준비 필요

다양한 경험 축적 중요, 사내변도 좋은 기회

법률서비스 접근성 지속 확대가 향후 목표

[법조이사람] “법률서비스 시장 더 가치있게” 스타트업 ‘헬프미’ 이상민 변호사
헬프미 법률사무소 공동대표 이상민 변호사가 2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법률서비스가 좀 더 가치 있는 시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헬프미 법률사무소 공동대표 이상민(41·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는 26일 “기존에 사람들이 불편하게 했던 일을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알게 모르게 조금씩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게 가장 보람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대형로펌을 퇴사한 이후 ‘리걸테크’를 활용한 스타트업 헬프미 법률사무소를 설립해 운영하는 13년차 변호사다.

이 변호사가 스타트업에 발을 디딘 건 변호사 6년차였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부터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사법연수원 동기 박효연 변호사가 법률 상담 사이트 구상을 이야기하면서 상담 변호사를 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이 변호사는 ‘큰 부담이 없다’ 생각하고 수락한 게 시작이었다. 이 변호사가 법무법인 태평양을 퇴사하기로 마음먹고 미래 계획을 세우던 때였다.

논의가 거듭될수록 본격적인 스타트업 시도에 점점 가까워졌고 이틀이 걸려 만든 시험용 홈페이지로 3일 만에 들어온 상담 예약은 성취감에 불을 붙였다. 광고도 없는 ‘빈틈투성이’ 홈페이지였는데 누군가 예약을 했고 상담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변호사는 “처음에 어떤 성과를 낸다는 것이 주는 영향이 큰데 예약부터 상담까지 만족하고 가시는 걸 보고 ‘노력을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하게 됐다”며 “그렇게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법률 소프트웨어 제작 공급업체를 만들면서 시작됐다”고 했다.

개발한 프로그램을 법률사무소에 접목하면서 주목한 건 새로운 법률서비스 시도였다. 이 변호사는 “외국의 법률시장 자동화 서비스 발전을 봤을 때 우리도 결국 이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했다”며 “자동화 된 법률서비스 영역을 고민하다가 찾은 게 상업등기였고 마침 대법원 예규를 찾아보니 전자등기라는 게 생겨서 ‘공인인증서로 인터넷 뱅킹하듯 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 2016년에 시작한 게 상업등기 시스템”이라고 했다. 이후 2017년엔 상속, 2019년 상표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분야를 넓혔다. 2017년 9억원 정도였던 매출 규모는 2020년 29억원으로 늘었고 후발 업체들의 표준이 됐다.

[법조이사람] “법률서비스 시장 더 가치있게” 스타트업 ‘헬프미’ 이상민 변호사
헬프미 법률사무소 공동대표 이상민 변호사가 2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 변호사는 국내 변호사 수가 3만명을 넘어서면서 스타트업을 생각하는 청년변호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섣불리 뛰어들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무작정 시장에 나오면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법조계 어르신들이 있는데 무책임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처음 헬프미를 시작할 때보다 시장 상황이 훨씬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도 스타트업에 뛰어든지 어느덧 7년차가 됐지만 대형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아내 덕분에 부담감과 불안함을 덜 수 있어 지금껏 매진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변호사는 이미 찾아온 ‘변호사 무한경쟁’ 흐름에서 미래를 길게 보고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최근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사내변호사 분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창업이나 개인 사무실을 계획하는 변호사라면 사내변호사 경험을 하면서 다른 회사가 돌아가는 과정을 여러 관점에서 관찰하고 훗날 사업을 했을 때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을지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에 욕심이 있다면 끝까지 가보겠다는 마인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해볼 수 있는 최대한을 해보는 경험이 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태평양 형사팀에 근무했던 이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로스쿨생들을 대상으로 사교육 업체에서 형사법 강의도 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사건 전문변호사 인증도 받은 형사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제는 셔츠와 구두보다 후드티셔츠와 농구화가 일상이 된 이 변호사는 실생활에 편리한 리걸테크를 찾아 나가는 것이 즐거움과 보람이라고 말한다. 법률시장의 선진화에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이 변호사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법률서비스 영역 자체는 여전히 올드하고 보수적이어서 아직 모바일로도 완벽하게 인식이 안 되는 웹 환경”이라며 “여전히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그 접근성을 앞으로 계속 넓혀 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상민 변호사는 ▷서울 중동고 ▷고려대 법대 ▷사법연수원 39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헬프미 법률사무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