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신축 살면 눈 높아져…내 집 마련 힘들다”
서울 아파트 전세살다 매매하려면 평균 6억원 필요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 예비신부와 함께 수도권 신축 아파트 전셋집을 알아보던 김 모씨는 지역 공인중개사로부터 “새 아파트 전셋집에 살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차라리 지하철역으로부터 좀 더 멀고, 30년차가 된 인근 구축 아파트를 대출을 최대한 받아 매수하는 게 어떻냐고도 들었다. 김 씨는 “부동산에서 처음부터 깨끗한 신축 아파트에 살면 눈이 높아진다며, 지금이야 입주장이니 싸게 전세가 풀리지만 전셋값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경고하니까 고민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김 씨가 알아보던것처럼 수 천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장을 맞는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전월세 매물이 쏟아진다. 보증금도 세입자의 자금 한도에 따라 일정 부분 탄력적으로 조정해 주는 분위기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입주가 시작된 단지들은 집주인들이 잔금을 못치룬 사람이 많아 어떻게든 전세 세입자를 들이려고 가격 경쟁을 한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전세대출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데다 보증금의 최대 80%까지도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수중에 현금이 얼마 없는 신혼부부도 신축 아파트에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로 살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1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본 결과,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만 하더라도 1억원 후반대에 자금만 있으면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기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전세 세입자가 매매로 내 집 마련하기 위해서는 평균 6억원이 필요하게 된 셈이다.
지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6억708만원, 평균전세가격은 4억2619만원으로 매맷값과 전셋값의 차이는 1억809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4월에는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2억7722만원, 전세가격은 6억7570만원으로나타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6억원까지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전세가격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2017년 5월 대비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0.4% 상승했지만, 전세가는 58.5% 오른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도 한강이북(14개 자치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 상승률이 더 높았다. 2017년 5월 한강이북의 아파트 매매가는 4억5864만원, 전세가는 3억5098만원으로 매매와 전세가격 격차는 1억766만원이었다. 2022년 4월에는 매매가 10억1128만원, 전세가 5억5846만원으로 가격 차이는 4억5282만원으로 조사돼 2017년 대비 320.6% 상승했다.
한강이남(11개 자치구)은 지난 2017년 5월 아파트 평균매매가 7억3347만원, 전세가 4억9022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2억4325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4월에는 매매가 15억2548만원, 전세가 7억8307만원으로 격차가 7억4241만원으로 2017년 5월 대비 205.2% 올랐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서울 똘똘한 한 채의 영향이 커지면서 매매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전세로 거주하다 내 집 마련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젠 전세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