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관망세 속에서도 소액 갭투자 수요 여전

구축 아파트 중심으로 매매 후 전월세 계약 줄이어

가격 다소 올랐지만…저평가 인식에 전세수요 충분

서울 집값 떨어지는데…외지인 원정 갭투자 불붙은 경기 남부 벨트 [부동산360]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건설현장의 모습. [사진=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올해 들어 주택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평택시 등 수도권 남부 외곽지를 중심으로 소액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분위기다. 특히 외지인 유입이 두드러졌는데 비교적 저렴한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손바뀜이 잦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일 신고분을 기준으로 올해 1~5월 경기 평택시에서 체결된 아파트 매매거래 2775건 가운데 512건은 매매 후 매수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 목적으로 전월세를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8.4% 수준으로 5건 중 1건꼴로 갭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여전히 세입자를 구하고 있는 물건, 이미 전세를 낀 상태로 매매된 물건 등까지 따지면 실제 갭투자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덕신도시 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호재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 연장이나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있음에도 가격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접근이 가능한 노후 아파트에 몰렸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 갭투자는 대부분 소형 아파트로 실투자금이 3000만~5000만원선인 거래가 많았다. 갭이 많게는 1억원대까지 벌어졌으나 매매가보다 비싸게 전세를 주는 이른바 ‘마이너스 갭투자’ 사례도 상당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평택시 진위면 한일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4월 6일 1억74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이듬달 30일 전세보증금 1억95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2000만원 넘게 높아 집주인 입장에선 자기자본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집을 산 셈이다.

투자수요가 있다 보니 가격도 소폭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6일 평택시의 아파트값은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전주보다 0.07% 상승하며 4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평택시 세교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하면 가격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인근 지역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고 전세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 보니 투자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나 안성시 등 경기 남부권 다른 지역에서도 소액 갭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은 비슷하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잇단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 부담이 적고 향후 광역교통망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아실의 갭투자 분석을 보면 올해 1~5월 안성시 아파트 거래 1279건 가운데 17.8%인 221건이 매매 후 전세를 내준 거래로 확인됐다. 화성시도 같은 기간 매매 후 전세 계약 체결 비율이 13.0% 수준으로 전국을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높은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 경우 향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세입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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