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HBC ‘철수’ 결정

재고 소진후 추가생산·판매 중단

우크라 전쟁 발발 이후 4개월만

3월 판매 잠정중단이어 아예 짐싸

러 음료시장 짝퉁 활개·가격 폭등

42년 만에…코카콜라, 러시아서 발 뺀다
코카콜라 음료 유통업체 코카콜라 HBC는 러시아에서 재고 소진을 하고 있다며 재고가 빠지면 더 이상의 추가적인 생산이나 판매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로써 코카콜라는 러시아 진출 42년만에 러시아에서 완전 철수하게 됐다. 사진은 러시아 로스토프에 있는 코카콜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청년.[모스크바타임스 제공]

코카콜라 음료 브랜드를 병에 담아 독점적으로 유통하는 업체인 코카콜라 HBC가 러시아에서 재고 소진 과정에 있다며 재고가 모두 처리되면 더 이상 추가적인 생산과 판매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러시아에서 판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코카콜라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4달만에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아프리카 29개국에 코카콜라 제품을 공급하는 코카콜라HBC는 이날 “러시아에서 코카콜라와 환타, 스프라이트, 파워에이드, 슈웹스 등 코카콜라 회사의 다른 브랜드 음료를 더 이상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전했다.

코카콜라의 지분을 23% 보유하고 있는 코카콜라 HBC는 모스크바를 포함해 러시아에서 공장 10개를 운영 중이다.

앞서 코카콜라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에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코카콜라 HBC는 “이 같은 결정에 코카콜라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발표하며 러시아 현지 브랜드 생산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42년 만에…코카콜라, 러시아서 발 뺀다
코카콜라 음료 유통업체 코카콜라 HBC는 러시아에서 재고 소진을 하고 있다며 재고가 빠지 면 더 이상의 추가적인 생산이나 판매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로써 코카콜라는 러시아 진출 42년만에 러시아에서 완전 철수하게 됐다. 사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코카콜라HBC 공장. [포스퀘어 제공]

그러나 지난달 초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된다면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한 철수를 배제하지 않는다”며 판매 잠정 중단이 아닌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퀸시의 발언 이후 코카콜라 HBC가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코카콜라가 판매 중단 선언을 한 뒤 음료 가격이 200% 폭등하기도 했다.

코카콜라가 러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1980년이며, 1992년 러시아에서 첫 코카콜라 공장을 설립했다. 2020년에는 러시아 음료시장에서 12.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펩시 다음으로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해 기준 코카콜라에 종사하는 러시아인 직원은 총 7000명이었으며, 매출은 2018년 기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0.2%를 담당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컸다.

지난해 러시아의 코카콜라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21억ℓ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또 다른 음료 브랜드 펩시는 지난 3월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펩시는 구소련이었던 시절인 1974년에 첫 공장을 열었다. 펩시는 자사에서 생산하는 우유, 분유, 이유식 등의 생산만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코카콜라 음료를 러시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자 지난달 러시아에서는 ‘쿨 콜라’와 스프라이트와 환타를 대체하는 ‘스트리트’와 ‘팬시’ 등 ‘짝퉁’ 음료가 출시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서방 식음료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판매 중단을 했지만, 여전히 맥도날드의 빅맥이 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맥도날드는 ‘맛있고 마침표’라는 새 브랜드명과 로고로 매장을 재개장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외 일부 매장은 여전히 맥도날드 상표를 걸고 빅맥을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기차역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이 로고를 흰 천을 가린 채 빅맥의 이름을 바꿔 ‘볼쇼이 버거’나 ‘빅 버거’로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