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재활용 폐어망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제품에 재생 소재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 기능성 향상까지 꾀할 수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컴파운드는 지난 2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와 태블릿 ‘갤럭시탭 S8’ 시리즈에 적용된 폐어망 재활용 소재를 생산했다.
스마트폰은 방수·방진을 비롯해 다양한 기상 조건에 견딜 수 있는 고성능 재료로 만들어진다. 한화컴파운드 연구진과 삼성전자는 해양에서 수거한 폐어망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배합기술을 적용해 작은 알갱이 형태의 펠릿 양산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일반 플라스틱과 99% 유사한 수준의 품질을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컴파운드 관계자는 “폐어망을 재활용해서 만든 소재를 삼성전자 외에도 다양한 업체에 납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양폐기물 수거·관리 및 재활용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포어시스는 바다에서 끌어올린 폐어망을 콘크리트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포어시스는 바다 위에 설치되는 대형 구조물의 위치를 고정하기 위한 콘크리트 앵커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때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철근 대신 폐어망과 재생나일론을 사용한다. 바닷물에 노출된 철근은 팽창하면서 콘크리트의 부식을 가속화하지만 나일론은 이 같은 단점이 없어 내구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지난해 현대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 연구·개발을 마쳤으며, 현재 조달청 혁신제품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는 “철근 대신 플라스틱섬유가 투입되는 콘크리트를 제조하기 위해 3D 프린터 설비를 제작 중”이라며 “플라스틱이 정말 지속 가능하게 재활용되려면 산업현장에 쓰일 수 있게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어구가 공간인테리어 및 예술작품으로 활용된 사례도 있다. 폐어망 재활용 소셜벤처 넷스파와 공간·가구디자이너 ‘스튜디오 신유’의 협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튜디오신유는 당시 기탁식을 위한 전시공간에 폐어망 소재를 사용된 조형물로 이끼가 자라는 숲 속 느낌을 연출했다.
정택수 넷스파 대표는 “지난달 열린 ‘부산 디자인위크’에서도 폐어망 소재를 활용한 스튜디오신유의 작품이 전시됐다”며 “예술작품 전시 외에도 해양쓰레기의 심각성과 폐어망의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