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몸에 화살이 꽂힌 채 제주도에서 발견된 개가 구조 전 최소 6시간 동안 화살을 맞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이 개는 현재 건강 회복과 새로운 보금자리 찾기에 모두 성공했다. 다만 화살을 쏜 용의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
9일 제주서부경찰서는 제주도 자치경찰단과 함께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이 개는 지난달 26일 오전 2시30분께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와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 경계 지역에서 산양큰엉곳을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 때도 화살은 몸에 꽂힌 상태였다.
이 개는 같은 날 오전 8시29분께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마을회관 인근 도로에서 구조됐다.
CCTV 시간과 구조 시간을 미뤄보면 최소 6시간은 화살을 맞은 채 돌아다닌 게 된다.
경찰은 이보다 앞선 시간대 개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는 난항을 겪고 있다.
개가 화살을 맞은 채 움직인 곳은 곶자왈 중산간 지대인데, 가로등 수가 적어 밤시간대에 유독 어둡고 인적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CCTV도 적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화살을 쏜 용의자 특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의 옆구리에 꽂힌 70cm 길이 화살은 카본 재질이다.
인터넷 등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양궁용 화살이라 활과 화살만으로는 소지자를 추적하기에 한계가 있다.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서 화살 제거 수술을 받은 이 개는 건강을 되찾았다. 현재 새 주인에게 입양됐다. 발견 당시 낡은 목줄이 있었지만 지금껏 자신이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단과 현수막을 통해 시민 제보를 받고 있다.
경찰 측은 "자치경찰과 공조해 150여명을 투입, 사건 현장 주변 탐문 수사와 CCTV 확인 등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4월에는 제주에서 살아있는 푸들이 흙 속에 파묻힌 채 발견됐다.
논란이 커지자 피의자 두 명이 경찰에 자수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견주 A 씨였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픈 개를 유기하기 위해 생매장을 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당시 개는 등뼈가 드러나 보일 만큼 앙상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