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역풍 불까 우려
패스트트랙 정의당 협조 필수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쌍특검’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공조’가 필수적인 정의당과의 협의, 여론 역풍 방지 등을 두고 민주당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세 번째 검찰 조사에 출석한 뒤 빠르면 이번 주 검찰의 신병확보가 시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방탄’ 역풍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장동·김건희 양대 특검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한 민주당과, 전날 ‘대장동 50억 클럽 비리 의혹’ 특검을 제안한 정의당은 물밑에서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에도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본회의 직후 만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을 논의했다. 다만 이들은 이날 입장차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관계자는 “특검 추진에 대한 협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 각 당의 입장을 전달하고 확인하는 수준이었으며, 관련해 추가적인 원내대표간 회동 등 일정이 아직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당은 12일 곽상도 전 의원 등 ‘대장동 개발 50억 클럽’ 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곽 전 의원의 50억 뇌물 무죄를 이대로 덮을 수 없다”며 특검 추진을 밝혔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도와준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 8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이보다 전에 대장동·김건희 ‘쌍특검’을 추진하겠다던 민주당은 일단 정의당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김건희 특검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정의당은 대장동 특검 관련해서도 ‘50억 클럽’ 부터 추진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우회할 방안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구상하고 있다. 이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의 찬성이 필요한데 169석을 가진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 외에도 정의당(6석)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정의당을 설득하는 동시에 여론전도 불지피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곽상도 전 의원 50억 클럽 무죄 판결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유죄 판결로 전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지 않느냐”며 특검 추진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국민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은 부실한 검찰 수사와 어정쩡한 재판부가 합작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과 재판부, 대통령실이 삼위일체가 돼 ‘김건희 구하기’에 나섰다”며 “대체 누가 대통령이냐. 불소추 특권이 김 여사에게도 적용되느냐. 김 여사는 죄가 있어도 신성 불가침인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이제라도 성역 없는 수사로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남은 길은 특검 뿐이다. 윤석열 검찰은 더는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장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조만간 국회로 넘어 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방탄 특검’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묘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우선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지도부 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당 의견을 모으고 당론 혹은 자유 투표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에는 민주당 내에서조차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계 사이 계파갈등으로 부결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