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패스트트랙 위해 ‘정의당 의석’ 필요
정의당, “특검보다 소환조사가 우선”
거대 양당 정쟁·조국 사태 트라우마 경계
재창당으로 ‘2중대 프레임’ 극복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대상으로 특별검사(특검)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건너뛰고 특검법안을 본회의에 바로 상장하기 위해서다. 패스트트랙이 성사되려면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의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 의원은 169명이다. 6석을 가진 정의당의 협조가 중요하다.
현재 정의당은 김 여사의 소환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도 지적하고 있다. 당장은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기보다는 검찰의 소환조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 참석해 “권오수 재판으로 인해 김건희 여사 소환수사를 피할 수 없는 근거가 더 명확히 드러났다”며 “명백한 수사대상을 검찰이 소환수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한동훈 장관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줄줄이 수사받는 동안 김건희 여사는 주식 매수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나오고도 소환조사는커녕 참고인 조사 한 번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을 정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응한 ‘정치 공세’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수사받는 대장동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김건희 특검의 경우 민주당과 거리를 두는 주요 배경이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경우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장동 특검은 여야 인사들이 두로 거론되는 만큼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은 거대 양당 사이의 정쟁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상 민주당의 정치 공세 성격이 강한 김건희 특검에 정의당이 협조하기보다는 현시점에서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에 거리를 두는 배경으로 ‘조국 트라우마’를 지목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민주당과 함께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가 ‘정치적 역풍’을 받은 경험이다. 당시 ‘민주당 2중대’ 프레임에 갇힌 정의당은 21대 총선에 이어 20대 대선에서 참패했다.
지난 대선 이후 비공개로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정의당을 향한 비호감 이슈와 관련해 당원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옹호’(48.7%)를 가장 큰 이유라고 지목했다.
여전히 정치적 존재감을 되살리지 못하고 있는 정의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창당을 결심한 상태다. 지난해 대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3~4%대의 정당 지지율에 갇혀 있다.
재창당추진위원회(추진위)를 발족한 정의당은 오는 3월 ‘재창당 전국 투어’를 하며 전국 17개 시·도당을 돌고, 오는 9월 정책 당대회에서 1단계 재창당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추진위원장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맡는다. 정의당이 재창당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도 엿보인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11일 추진위 발족을 발표하며 “이제 정의당의 2중대 프레임에 더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조국 전 장관의 1심판결이 있었다. 수년간 시민을 극단적 진영대결로 몰아넣고 너무나 커다란 상처를 준 사건”이라며 “제로 상태도 아닌 마이너스 상황에서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우리 사회 가난한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준 이 사건에서 우리는 더 많은 성찰과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