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보다 10% 이상 비싸게 산 투자자 2만1219명
고가 매수액 2598억원…3792명 평균 132만원 손실
유동성 부족에 4배 폭등 후 급락…상장 관리 도마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지난 17일 업비트에서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를 최고가인 37.60원에 1000만원어치 샀다면 현재 평가금액은 약 229만원에 불과하다. 1개당 1엔, 당시 환율로 약 8.86원의 가치를 유지해야 할 코인이 상장 직후 4배 넘게 치솟았다가 8원대로 되돌아오면서 투자금의 77%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실제 투자자들의 피해도 확인됐다. JPYC를 엔화 기준가격보다 10% 이상 비싸게 산 투자자는 2만1219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지난 21일까지 물량을 처분하지 못한 3792명의 평가손실은 1인당 평균 132만5530원, 전체 약 50억3000만원으로 추산됐다.
가격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스테이블코인’의 이미지와 상장 직후 급등세를 믿고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발생한 가격 왜곡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업비트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원·엔 환율에 따른 기준가격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에 JPYC를 매수한 투자자는 중복을 제외하고 2만121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매수한 JPYC는 총 127억6066만개, 매수금액은 2598억5519만원에 달했다.
▶고가 매수액 77%, 엔화 가치의 두 배 이상=JPYC는 1개당 1엔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엔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엔화 예금과 일본 국채 등을 담보로 발행되며 엔화로 상환할 수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과 달리 업비트 상장 직후 거래가격은 엔화 가치와 크게 벌어졌다. 거래 가능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 주문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상장 후 닷새 동안 기준가격보다 300% 이상 높은 가격에 JPYC를 산 투자자는 2574명으로, 매수금액은 82억6343만원이었다.
기준가격보다 200% 이상 300% 미만 비싼 구간에서는 1만1449명이 854억2003만원어치를 사들였다. 100% 이상 200% 미만 구간에서도 1만3728명이 1058억6281만원을 매수했다.
엔화 기준가격의 두 배 이상 가격에서 이뤄진 매수금액만 약 1995억5000만원이다. 전체 고가 매수액의 76.8%에 달한다.
50% 이상 100% 미만 높은 가격에서는 5542명이 269억4813만원어치를 매수했다. 25% 이상 50% 미만 구간에서는 3223명이 182억4163만원, 10% 이상 25% 미만 구간에서는 3605명이 151억1914만원어치를 사들였다.
한 투자자가 여러 가격대에서 매수한 경우 구간별 투자자 수에는 중복으로 포함됐다. 전체 투자자 2만1219명은 중복을 제외한 수치다.
▶4배 폭등 후 8원대로…3792명 손실 떠안아=상장 직후 37.60원까지 치솟았던 JPYC 가격은 유통 물량이 늘면서 하루 만에 9원 안팎으로 급락했다. 지난 26일에는 8.6원 수준까지 내려와 사실상 엔화 가치에 수렴했다.
가격은 정상화됐지만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1일 기준 JPYC를 여전히 보유한 투자자는 3792명이었다. 이들의 평균 평가손실은 132만5530원으로, 전체 평가손실은 단순 합산해 약 50억3000만원에 달했다.
이 기간 JPYC를 팔아 이익을 확정한 투자자는 전체 고가 매수자의 33%인 7006명에 그쳤다. 평균 실현이익도 45만3687원이었다. 실현손실 통계는 별도로 집계되지 않아 실제 투자자 피해 규모는 50억3000만원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상장 초기의 부족한 유통량이 꼽힌다. JPYC는 거래소의 매수 수요에 맞춰 물량이 자동으로 공급되는 구조가 아니다. 이용자가 발행 플랫폼에서 신청한 뒤 엔화를 납입해야 새로운 JPYC가 발행된다.
JPYC 발행사 측은 업비트의 정확한 상장 시점을 사전에 알지 못해 충분한 물량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적은 물량을 두고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이후 일본에서 1엔에 JPYC를 발행받아 국내에서 비싸게 파는 차익거래가 늘자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상장 당일 JPYC 신규 발행량은 16억8678만개로 종전 하루 최대 발행량의 12배를 넘었다. 전체 유통량도 하루 사이 18% 증가했다.
상장 전 11개월 동안 약 2억2600만원이었던 JPYC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국내 상장 후 450억원대로 불어났다. JPYC 전송량도 상장 공지 이후 83배 넘게 급증했다.
▶엔화 산 줄 알았는데 4배 가격…개인투자자 보호 ‘구멍’=문제는 일반 투자자가 거래소 호가에 붙은 프리미엄을 즉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엔화 가치에 연동되는 자산이라고 생각해 매수했지만 실제로는 엔화보다 최대 네 배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한 것이다.
JPYC를 1엔에 직접 발행받거나 엔화로 상환하려면 공식 플랫폼에 가입해 본인 인증을 거치고 은행계좌와 개인지갑 등을 등록해야 한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거래소 밖에서 즉각 차익거래에 나서거나 엔화로 상환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국내 투자자는 거래소 안에서 형성된 가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스테이블코인의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위험에 대한 경계가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을 상장할 때 초기 거래 가능 물량과 발행·상환 구조를 충분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거래 화면에 원·엔 환율을 적용한 기준가격과 괴리율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가격 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경고 문구를 띄우거나 매매를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가격 안정성을 전제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준가격보다 300% 넘게 비싸게 거래됐다는 것은 상장 과정에서 유통 물량 등을 더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라며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에 매수한 뒤 손실을 떠안았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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