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유 87만대>휘발유 75만대
2016년 87만대→올 1~8월 3.5만대…디젤 급감
휘발유차 판매, 경유차의 12배
美 경유 갤런당 6.53달러 ‘사상 최고’
상용차 경유 비중 94%→15%
건설 침체에 유류비 부담까지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내 신차 시장에서 사실상 ‘퇴장 수순’에 들어간 디젤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 휘발유차를 앞섰던 경유차 판매는 올해 휘발유차의 10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대형 트럭과 건설기계는 아직 디젤 엔진이 주를 이루고 이루는 가운데 글로벌 경유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디젤의 마지막 보루인 상용차 시장까지 압박받고 있다.
27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0년 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더 많이 팔렸다. 2016년 경유 신차 등록은 87만2871대로 휘발유차(74만8303대)를 웃돌았다. 경유차 판매 비중은 48.1%, 휘발유차는 41.3%를 차지했다.
이 흐름은 2018년까지 이어지다 2019년 처음 역전됐다. 당시 휘발유차 등록은 85만1999대로 경유차(65만7081대)를 약 20만대 앞섰다.
최근 들어 디젤의 퇴조는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해 경유차 등록은 9만7664대로 전체 신차의 5.8%에 그쳤다. 휘발유차는 76만7915대로 45.6%를 차지했다. 휘발유차가 경유차보다 약 8배 많이 팔린 셈이다. 2016년만 해도 전체 신차의 절반에 육박했던 경유차 비중이 10년 만에 6%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1~8월에는 경유차가 3만5441대로 전체 신차의 3.2%에 그친 반면, 휘발유차는 42만1948대로 38.1%를 차지했다. 판매량 격차도 약 12배까지 벌어졌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 새로 등록된 경유차는 3532대로 전년 동월보다 51.0% 줄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는 3만7698대로 28.7% 감소했고, 하이브리드차도 2만7973대로 11.6% 줄었다. 반면 전기차는 3만81대로 29.3% 증가했다.
경유차 감소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선택지가 늘어나는 동안 완성차 업체들도 승용차를 중심으로 디젤 라인업을 줄여왔다. 올해 1~8월 하이브리드 신차 등록은 29만4861대, 전기차는 26만5917대로 각각 경유차의 8배 안팎에 달했다.
한때 사실상 ‘디젤 천하’였던 상용차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트레일러를 제외한 상용차를 보면 2016년 전체 24만7632대 가운데 경유차가 23만2667대로 94.0%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27.6%까지 떨어졌고, 올해 1~8월에는 14.9%로 더 낮아졌다. 올해 같은 기간 경유 상용차 등록은 1만6980대였다.
경유의 빈자리는 LPG와 전기차가 메우고 있다. 올해 1~8월 상용차 가운데 LPG 차량은 5만4907대로 전체의 48.2%, 전기차는 2만9794대로 26.2%를 각각 차지했다.
‘경유값 쇼크’에 디젤 퇴조 속도
이처럼 국내에서 디젤차가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최근 경유 가격 급등은 디젤 퇴조에 한층 더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과거 디젤차의 강점으로 꼽혔던 연료비 경쟁력마저 약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욱 줄어들 수 있어서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2일 기준 미국의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527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 5.5947달러보다 약 17%, 1년 전 3.6880달러보다는 약 77% 높다. 같은 날 보통휘발유 평균은 갤런당 4.4750달러로, 경유가 휘발유보다 약 46% 비쌌다.
러시아와 중동의 정유·수출 차질이 겹치면서 원유 자체뿐 아니라 경유 등 석유제품의 공급 부족이 두드러진 영향이다. 로이터는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생산국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경유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경유값 급등에 미국 정부는 수출 제한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경유 수출 금지 방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정제 능력 등을 고려해 전면 또는 부분적인 수출 제한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 제한 여부에 따라 다른 지역의 경유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아직 국제 경유값 급등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국내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적용된 10차 석유 최고가격을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으로 동결했다. 최고가격제는 주유소의 소비자 판매가격이 아니라 정유사가 주유소·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가격의 상한을 정하는 방식이다.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이 9월 셋째 주 배럴당 195.6달러로 전주보다 20.9달러 급등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주유소 경유 평균가격은 오히려 리터당 0.1원 내린 1843.9원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경유가 과거 누렸던 ‘싼 연료’라는 이점은 이미 크게 희석됐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통계를 보면 2016년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402.52원, 자동차용 경유는 1182.36원으로 경유가 약 220원 저렴했다. 그러나 올해 1~8월 평균 가격은 휘발유 1872.13원, 경유 1839.30원으로 차이가 약 33원까지 좁혀졌다.
대형트럭은 디젤 못 벗어나는데…상용차 시장 부담 커진다
문제는 모든 상용차가 소형 트럭처럼 빠르게 LPG나 전기로 갈아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장거리를 달리는 대형 트럭과 일부 건설기계는 주행거리와 적재량, 충전 인프라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경유 의존도가 높다.
상용차 시장은 이미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국산 상용차 등록은 1만2279대로 전년 동월보다 8.5% 줄었다. 수입 상용차는 290대로 49.0% 감소했다. 현대 포터2는 3590대로 9.5%, 포터2 일렉트릭은 435대로 64.2% 각각 줄었다.
경유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차주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운행거리가 길어 연료비가 차량 유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경기 부진으로 차량 교체를 미루는 상황에서 연료비까지 오르면 신규 구매 여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수입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경유 가격이 오를수록 전기트럭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특히 중형급은 선택지가 많지 않고 차량 가격도 내연기관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상용차는 초기 구매비용뿐 아니라 적재 능력과 주행거리, 충전 여건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만큼 승용차처럼 빠르게 전동화하기는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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