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와 동시에 월급관리 계획 짠 강 차장 부부
‘육아’ 위한 시간·에너지 확보 위해 임대 떠날 결심
단지 리스트 만들어 임장 다니며 성동구 매수 결정
철저한 소비 통제와 ‘저축률 70%’ 원칙으로 자산↑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자기야, 여기에 연봉, 지금 쓰고 있는 월 생활비(고정지출), 대출 하나씩 다 적어볼래? 넷플릭스도 보잖아. 그건 언제 돈이 나가는 거야?”
A4 용지를 들고 온 강 차장에게 당시 여자친구였던 보람 씨(현 아내)가 차분히 말했다.
강 차장은 그 순간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솔직히 마주하기 두려웠던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강 차장은 “사실 저는 제 휴대폰 요금이나 넷플릭스 구독료가 언제 통장에서 나가는지 몰랐다”면서 “월급이 들어오면 카드값이랑 대출이자가 나가고 그러면 ‘또 돈이 나가는 구나’에 했던 게 제 모습”이라고 했다.
반면 보람 씨는 달랐다.
우선 그녀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았다.
보람 씨는 월급을 받게 되면 1)용돈 2)적금 3)고정비 4)비상금 등 총 4개의 통장으로 돈을 이동시켰다. 그녀는 모은 적금은 ‘풍차돌리기(매달 새로운 상품을 가입해 목돈을 굴리는 것)’를 통해 1년 단위로 은행별 고이율 특판 상품을 중심으로 불리면서 자금을 늘려 온 사람이었다.
이렇게 보람 씨는 매년 소득의 70%를 저축하면서 모은 자산을 불려왔다.
강 차장보다 연봉이 적었던 보람 씨는 강 차장이 모은 금액의 3배 가까운 금액을 모은 상태였다.
‘우리의 목표는 저축률 70%’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날은 두 사람이 결혼 후 월급관리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날이기도 했다.
강 차장은 “결혼 준비를 하며 아내가 유지해 온 ‘70% 저축률’을 지키고 2인 가구의 고정비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면서 “양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주기나 액수에 대해서도 미리 의논하고, 아이가 생겨도 부담없이 결혼생활을 할 수 있게 저희만의 룰을 만들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말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강 차장이 당시 거주하던 구로구의 민간임대(고척아이파크) 아파트에 살게 된다. 주상복합이었던 고척아이파크는 신축이면서 단지 내 사업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었다.
다만 두 사람은 자녀계획을 세우면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강 차장과 아내의 통근시간은 각각 편도 1시간이었다. 특히 아내는 2번의 환승이 필요했다. 강 차장은 “둘다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게 에너지와 아이와의 시간을 지켜 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출산 계획이 생기면서 이사를 결심한 것”라고 말했다.
이 부부의 우선순위는 통근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부부의 직주근접은 일주일에 10시간(각 5시간씩, 2명), 한달에 40시간을 버는 것과 같았다. 1년이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10일의 휴가를 얻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차장 부부는 매수를 처음부터 고민하진 않았다.
모은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내 보람 씨가 꺼려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하자, 아내를 설득한 강 차장
강 차장은 대출을 활용해 전세로 주거비를 아껴 민간임대를 구한, ‘대출 활용파 직장인’이었다면 보람 씨는 지출관리와 저금의 힘을 믿는 ‘저축파’ 직장인이었다.
강 차장은 자신이 겪고 활용해 온 레버리지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실거주’ 목적의 부동산 매수는 자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배우자를 설득했다.
대화 끝에 매수를 결심한 이들 부부는 2024년 1월, 가용자금 계산과 함께 매수 희망 아파트단지 리스트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단지를 선정하는 기준을 세웠다. ▷역세권 ▷대단지 ▷초품아 ▷서울 주요 지역과의 연결성 ▷개발호재가 있는 곳일 것. 여기에 맞는 아파트를 찾아 이들은 주말마다 임장을 다녔다.
이 조건에 들어왔던 단지들로는 송파구 가락쌍용1차, 광진구 자양우성7차, 성동구 옥수삼성, 성동구 금호두산, 중구 약수하이츠가 있었다.
강 차장은 “후보지 임장을 끝낸 이후에도 이들은 주말마다 새 동네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주변 집값과 선호도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면서 “이때 저는 운전과 단지 리스트 관리를 하고 아내는 자금마련계획과 시세 정리를 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고 했다.
임장을 시작한 지 반 년이 지난 2024년 여름, 강 차장 부부는 금호두산을 매수하기로 결정한다.
반년간 이어진 임장, 금호두산 선택한 이유는
이유는 크게 2가지였다. 모든 후보지의 고점 가격과 현재 나온 매물의 가격 차이를 비율로 계산했을 때 당시 금호두산의 전용59㎡의 가격이 가장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강 차장 “당시 금호두산은 최고점(12억원) 대비 20% 내린 가격대여서 상승 추세를 타지 못한 상황이었다”면서 “두 사람 다 ‘도어투도어’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내로 후보지들 중에 가장 교통 편의성이 높은 단지기도 해서 매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래에도 자금 동원력를 가진 매수자들이 꾸준히 찾을 단지라는 판단도 있었다. 강 차장은 종로, 여의도 등 업무 지역과의 연결보다 한남, 성수, 압구정, 강남 등 서울 내 주요 상업 지역의 중심이라는 점에 금호두산의 가치를 뒀다. 다리(동호대교) 하나만 건너면 강남구 압구정이기 때문에 ‘강남 키즈’의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실제로 임장을 다니면서 아파트 단지 뒤 숲길로 연결되는 남산, 옥수를 지나 연결되는 한강공원의 접근성을 직접 확인했다. 남녀노소 선호할 만한 주변의 자연환경은 향후 ‘매도에도 유리한 단지’라는 확신을 들게 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당시 금호두산 전용59㎡(이하 전용면적)의 가격은 9억원대.
강 차장이 입사 후 약 10년 간 모은 1억원과 아내가 모은 2억7000만원, 양가의 도움 8000만원을 받아 4억5000만원의 기본자산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파트 가격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대출해야 했다.
두 사람은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약 5억원을 조달했다. 원리금을 포함해 월 250만원을 은행에 내야 하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3700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은 별도로 마련했다. 매수한 집이 1998년 첫 입주 이후 한번도 수리를 하지 않았던 27년차 구축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강 차장은 “잔금 납부 후 한 달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입주를 했는데 사실 그 당시 수리된 집이 매매가격이 200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면서 “실입주와 수리기간의 시차, 인테리어를 위한 소통과 비용을 고려하면 다음 매수 때는 수리된 집을 매수하는 것도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이 이때 생겼다”고 했다.
결혼 후 얼마되지 않아 매수를 한 탓에 보다 이들 부부에겐 적극적인 소비 통제가 필요했다.
철저한 지출·소비 통제…자가마련의 대가는
수입을 급격하게 늘리기 어려운 대기업 맞벌이 부부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자가가 주는 주거 안정과 시간을 얻는 대신 고가의 브랜드 옷과 풍족한 용돈, 해외여행을 내려 놓았다.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강 차장 부부의 개인 용돈(고정비 별도 관리)은 각각 월 25만원을 넘지 않는다.
아이와 관련된 변동 지출은 ‘아가 전용 용돈’ 계좌로 월 10만원씩 납입해 사용하고 꼭 필요한 갑작스러운 소비는 비상금 통장을 이용한다.
강 차장 부부의 삶은 무조건적인 절약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지출의 우선순위가 명확한 삶에 가깝다. 강 차장이 즐기고 필요로 하는 골프레슨비(연간 회원권)은 고정비로 설정돼 있다. 대신 물건·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할 때 이들 부부는 결제 전 더 합리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습관을 들였다.
아이의 유모차를 살 때는 서울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를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옷을 살 때도 곧바로 정가를 지불하기보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같은 제품이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식이다. 춤을 좋아하는 강 차장의 아내는 구청이 운영하는 무료 야외 생활체육교실에 등록해 자신이 좋아하는 에어로빅을 즐긴다고 한다.
강 차장은 “결혼 후에는 SPA브랜드의 세일 기간이 제가 집중적으로 옷을 사는 기간이 됐다”이라면서 “브랜드 옷을 편하게 입던 미혼일 때와 너무 다른 변화라서 초반에는 사실 초라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가정이 생긴 뒤에는 주거 안정의 유무가 내가 입고 있는 패션 브랜드의 이름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매수 후 강 차장 부부의 집값은 고공행진했다. 성수동을 비롯한 성동구 일대가 ‘똘똘한 한채’ 수요와 함께 한강벨트의 주요 지역으로 주목받으면서다.
2024년 여름, 9억원대에 강 차장 부부가 매수한 금호두산 59㎡는 1년 뒤, 2025년 8월 12억원70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2024년 8월 당시의 정부의 ‘8·8대책’의 수혜를 금호두산 아파트가 받게 된 영향도 있다.
그전에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오던 금호두산은 이 정부 대책 이후 재건축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정부가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역세권 사업은 최고 390%까지 높여주는 방안을 발표하고, 서울시 또한 역세권 단지의 준주거 종상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해 6·27대책(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설정) 이후에도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연이은 10·15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제 의무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이후에도 금호두산 해당 평형은 가격이 계속 올라 올해 7월, 17억7000만원에 최고가 손바뀜했다.
배우자와의 공동목표를 위해 내려놓은 것
매수 후부터 지금까지 만 2년 동안 강 차장 부부의 자산은 1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자가인 첫 집이 8억원 넘게 오른 것 뿐만 아니라 ‘실수령액의 70%는 저축성 투자로 관리한다’는 원칙 덕분이다.
중석식비가 지원되고 해외 출장이 있는 근무환경, 즉 두 사람이 가진 본업의 존재도 고정비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강 차장은 “아내가 가계 재정 관리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월급관리를 맡기고 있다”면서 “저는 주식이나 전체적인 재무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서 자산이 쌓이는 효용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강 차장에게 과거의 소비 습관을 내려놓은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배우자와의 공동 목표를 위해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일주일 여행을 가면 자신에 대한 보상으로 으레 고급 풀빌라에 머물던 생활에서 벗어나, 숙소에 머무는 시간과 일정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대의 숙소를 안배하는 방식으로 여행 계획도 다르게 세우기 시작했다.
강 차장이 집을 사고 달라진 점은
그는 “집을 살 기초자산이 없다면 해외여행 1번, 취미 생활 10회, 좋은 옷 몇벌을 아끼는 습관을 통해 목돈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한다”면서 “소비에 담긴 한 번의 선택이 또 다른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돈을 쓰고, 모으는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게 가장 비싼 상품인 부동산을 사고 달라진 부분”이라고 했다.
내집마련 후 강 차장 부부의 목표는 주택담보대출 조기 상환이다. QQQ·S&P와 같은 미국 주식 중심의 ETF를 적립식 매수해 기본 자산을 최대한 키우는 일상에 현재 집중하고 있다.
강 차장은 “맞벌이 부부의 레버리지를 극대화와 임장을 통해 아파트를 단지별로 비교한 점이 저희가 실거주와 투자를 모두 충족시킨 배경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구축부터 시작해 자산을 늘려나가자는 아내와의 의견 일치가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이들 부부는 보금자리를 가진 지금도 주말 데이트를 할 때 일부러 새 동네를 찾는다.
강 차장의 컴퓨터에는 약 30개의 아파트 단지 리스트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자료에는 정기적인 가격 추이에 대한 기록은 물론 로열동·로열층 등 단지 내에서도 잘 팔리는 매물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성동구 자가를 마련했음에도 미래를 위한 ‘갈아타기’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시세 17억원대 아파트의 소유주가 된 30대 강 차장 부부. 이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이들이 연말 매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는 ‘이 재테크 루틴’에서 드러난다. 강 차장 부부는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제1의 자산이 아파트가 아닌 ‘이것’이라고 말하는데... 3편에 계속.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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