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에게 20억원 차입 추진…3년 만기·연 5%
재직증명서·2년치 소득자료로 상환 능력 확인
실거주 후 전세·매도 검토…만기 원금 마련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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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이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긴 하거든요.”
20대 직장인 ‘시오리’(@c.ori.money, 인스타그램 활동명)가 서울 반포의 40억원대 아파트 매수를 결정하면서 한 말이다. 부부가 집주인에게 빌리기로 한 돈은 20억원. 금리는 연 5%, 상환 만기는 3년이다. 매달 부담해야 할 이자만 약 833만원에 달한다.
경기 용인 수지와 성남 분당에서 각각 마련했던 아파트를 처분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약 20억원이다. 여기에 매도인이 직접 빌려주는 20억원을 더해 반포의 신축급 국민평형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약 2억원도 추가로 받을 예정이어서 총차입금은 약 2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성수동 트리마제 매수 약정을 포기하면서 1억2000만원을 손해 보고도 오히려 10억원 이상 비싼 집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부부가 처음부터 같은 생각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출에 신중한 남편은 30억원 중반대 아파트를 선호한 반면, 시오리는 20억원을 빌려서라도 한 번에 더 좋은 주택으로 진입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눈 끝에 반포 아파트 매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20억 빌려준다…은행처럼 소득증빙도 요구
부부가 활용하기로 한 자금조달 방식은 이른바 ‘셀러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이다. 매도인이 매매대금 일부를 당장 받지 않고 매수인에게 빌려준 뒤,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매수인은 약정한 기간 동안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한다.
시오리가 이 같은 거래 방식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겨울 청담동을 임장하면서다. 당시 한 공인중개사로부터 집주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조건으로 매수인에게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올해 초에는 실제로 청담자이를 셀러파이낸싱을 활용해 매수하는 방안까지 조율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시오리는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 집을 사는 방식이 생각보다 낯선 거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반포 일대에서는 매도인이 20억원 이상을 빌려주는 매물까지 접하면서 이를 본격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매도인 역시 아무에게나 수십억원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었다. 시오리에 따르면 매도인은 부부의 상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재직증명서와 최근 2개년 소득증빙 자료를 요구했다.
부부는 그동안 형성한 자산과 소득자료 등을 바탕으로 매도인과 대여 조건을 협의했다. 매도인 역시 오랫동안 해당 주택을 보유해 온 사람으로, 장기 보유에 따른 세금 문제 등을 고려해 주택을 처분하려 했다는 게 시오리의 설명이다.
오랫동안 집을 보유한 매도인과 향후 소득을 바탕으로 더 좋은 집을 사려는 20대 부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거액의 셀러파이낸싱을 제공하는 조건에도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시오리는 “20억원을 빌려준다고 해도 그 이자를 매달 내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이자로 매달 1000만원 가까이 지출하려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오리 부부가 매도인과 협의한 조건대로면 연간 이자는 1억원, 월평균 약 833만원이다. 원금을 갚지 않고 3년간 이자만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누적 이자는 3억원에 달한다.
은행에서 추가로 받을 예정인 주담대 약 2억원의 이자와 보유세, 관리비 등도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시오리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신용대출로 몇 달간 부담을 메우는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금 운용에 여유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10억 빌려 30억대 vs 20억 빌려 40억대”…부부의 서로 다른 판단
남편이 가장 염려했던 것도 이 같은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었다.
남편은 원래 대출에 신중한 성향이었다. 2024년 분당 아파트를 매수할 당시에도 차입금을 최소화하는 편을 선호했고, 이후 주담대를 받을 때도 이자 부담을 걱정했다고 한다.
시오리는 “남편은 원래 대출이자를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내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며 “그때도 제가 조금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다고 설득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갈아타기에서도 남편이 생각한 적정 매매가격은 30억원 중반대였다. 반포 써밋이나 반포 리체 등 준신축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매도인에게 빌리는 돈도 10억원 안팎으로 줄이자는 생각이었다.
반면 시오리는 20억원까지 빌려서라도 한 번에 40억원대 아파트로 진입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시오리는 “남편은 30억원 중반대 집까지는 괜찮다고 했다”며 “그 이상으로 가면 이자 부담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남편은 더 신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오리가 더 큰 빚을 감수하려 했던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반포에 들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향후 반포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들은 현금을 충분히 보유했거나 소득이 높은 자산가들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렇게 소유주가 바뀌고 나면 주택을 매수할 기회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오리는 “그런 사람들로 소유주가 바뀌고 나면 제가 5년, 10년 뒤에 여기에 들어가는 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자산이라는 것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먼저 확보하고, 이후에는 버티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다”며 “물론 버티기 위해서는 소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편도 결국 이 같은 판단에 동의했다.
시오리는 “남편이 기본적으로 저를 많이 믿어준다”며 “걱정은 하지만 못 하게 한 적은 없다. 저도 그만큼 부담감이 있다. 제가 잘못 판단해서는 안 되니까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압구정도 탐났지만…향후 대출 상환까지 고려해 반포 선택
부부가 반포를 선택한 데에는 향후 원금 상환에 대한 계산도 있었다.
시오리는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도 살펴봤지만 셀러파이낸싱 조건을 맞춰줄 매도인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매매가격에 비해 전세가격이 낮은 점도 부담이었다.
향후 전세를 놓아 받은 보증금으로 20억원을 상환하려는 부부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시오리는 “사실 압구정이 더 욕심났다”면서도 “전세가격도 매매가격에 비해 낮아 저희가 계획한 자금조달 구조를 맞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노후 아파트에서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결국 신축급 주거환경과 교통 접근성, 향후 임차수요 등을 감안해 반포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부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 상환 방법은 전세 전환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수하면 원칙적으로 취득일부터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부부는 실거주 의무를 채운 뒤 전세 세입자를 들여 받은 보증금으로 셀러파이낸싱을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년이라는 상환 만기는 이 같은 계획에서 중요한 조건이다.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이행한 뒤에도 전세 전환이나 매도를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시오리 나름의 시장 전망이 깔려 있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기보다는 완만하게 상승하고, 오히려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오리는 “저희가 세를 주고 나온다면 집값은 떨어지더라도 전셋값이 오르는 게 오히려 더 좋다”고 말했다.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전세보증금으로 빚을 줄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아파트를 보유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전세로 전환한 뒤 부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 주택에서 거주하면서 반포 아파트를 보유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대출 규제가 완화되거나 자금 여력이 확보되면 다시 입주해 장기 거주하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집값이 예상보다 크게 오를 경우다. 이때는 아파트를 매도해 20억원의 근저당을 정리하고, 가격대가 조금 낮거나 면적이 작은 집으로 갈아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오리는 “2년 뒤 집값이 예상보다 정말 많이 올랐다면 한 번 팔고 근저당을 정리할 생각도 있다”며 “평형이 작아지거나 급지가 조금 낮아지더라도 대출을 5억~6억원 정도로 줄여서 쭉 실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소득과 여유자금 등을 활용해 원금을 일부 갚은 뒤 나머지를 다른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유지되거나 금리가 높아지면 대환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집값·전셋값 다 떨어지면?”…최악의 경우도 계산했다
시오리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하락하는 경우다.
집값이 떨어지면 매도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줄고, 전셋값까지 내려가면 보증금으로 대출을 갚는 방법도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부부는 손실을 감수하고 집을 매도해서 빚을 정리하기로 했다.
시오리는 “그렇게 되면 2년간 실거주하고 집을 팔아 근저당을 정리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몇 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를 투자 실패에 따른 비용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다.
“저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정말 많이 해요. 최악의 상황과 최고의 상황을 모두 생각하거든요. 그때 발생할 손해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실행하는 것 같아요.”
이는 첫 수지 아파트를 매수할 때부터 적용해 온 원칙이라고 했다. 당시에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가격이 떨어지면 직접 들어가 살면서 주담대를 갚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실제 손실이 시오리가 예상한 수준에 그친다는 보장은 없다. 집값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지 못할 수 있고, 만기에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근저당권 실행에 따른 경매 위험도 발생한다.
“집은 돈이 아니라 용기로 사는 것”…20대 부부의 투자관
시오리는 자신의 자산 증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으로 첫 집을 매수하면서 대출을 최대한 활용했던 일을 꼽았다.
2024년 수지의 6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할 당시 투입한 자기자본은 취득세와 수리비 등을 포함해 약 1억5000만원이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주담대로 마련했다.
시오리는 “첫 집을 살 때 대출이 무서워 조금만 빌렸다면 시세차익도 훨씬 적어졌을 것”이라며 “그때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한 게 가장 결정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투자에 앞서 최악의 상황을 계산하되,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실행할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금을 보내는 순간이 제일 무섭거든요. 내가 잘 산 건가, 집값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다른 지역을 살 걸 그랬나, 고점에 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어 “사람들이 돈이 있어서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용기가 있어서 집을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시오리 부부의 사례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억원의 셀러파이낸싱은 상당한 자산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원금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방식이다. 특히 높은 레버리지는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뿐 아니라 하락에 따른 손실도 키운다.
그는 “부동산은 저점을 잡을 수 없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주식과 달리 내가 사고 싶다고 해서 언제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살 수 있을 때 사고 그걸 버티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 2년 전 1억5000만원으로 수지에서 첫 집을 마련했던 시오리는 이제 20억원을 빌려 반포로 향하고 있다.
첫 집에서의 성공이 이번에도 반복될지는 알 수 없다. 앞으로 부부가 마주할 시험은 매달 833만원의 이자를 감당하면서 3년 뒤 원금 20억원을 상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qu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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