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500만원에서 30억 강남아파트 소유

이사가고 싶지 않아…분담금·보유세 감당하고파

“은퇴 후 月1000 현금흐름으로 세금 낼 준비”

서울 아파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상승장에 진입했다. 1980년대생은 이 시기 ‘집을 샀냐’에 따라 자산 격차가 벌어졌다. 서울 집값은 그 후로 등락이 있긴 했지만, 상승폭이 더 컸다. 월급을 모아선 집값 상승폭을 따라잡기 힘들게 됐다.

학습효과는 무섭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벼락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서는 게 서울 주택 시장의 모습이다.

헤럴드경제의 로그인콘텐츠 <김부장은 어떻게 서울에 집 샀나>는 1980년대생, 부장 혹은 차장 직함을 가진 평범한 K-직장인들의 부동산 투자기를 연재한다. ‘사고 싶은 집’과 ‘살고 싶은 집’의 경계에서, 월급 모아 내 집마련에 성공한 이들이 이야기는 <실전 재테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한 이야기를 꾸밈없이 전달하기 위해 주인공의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서초진흥 아파트. [헤럴드경제DB]
서초진흥 아파트.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연봉 3500만원에서 시작해 시세 30억원대 강남재건축 아파트에 살게 된 박재민(가명) 차장. 그가 꿈꾸는 다음 집은 어디일까.

박 차장은 이사를, 갈아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서초진흥아파트를 허물고 신축될 ‘서초자이 컬리너스’에서 가족과 오래 실거주하고 싶다고 했다. 맞벌이하는 아내와 자신이 30분 내 출퇴근할 수 있고 서초동 나홀로아파트에서 태어난 아이가 처음 사귄 친구와 이웃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직주근접으로 하루 2만보씩 걸어 출퇴근하며 건강도 좋아졌고 에너지를 아껴 아이와 함께 할 시간도 충분히 누리고 있다”면서 “생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익숙해진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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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500만원에 입사 8년 후, 서초 나홀로 아파트를 샀다 [내돈내산 강남입성기①]

연봉 3500만원에 입사 8년 후, 서초 나홀로 아파트를 샀다 [내돈내산 강남입성기①]

서울 서초구 나홀로를 산 후 5년 만에 서초 진흥을 매수하여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수를 일으킨 김 팀장은 양가의 자금지원없이 강남에 ‘내돈내산’ 입성한 사례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0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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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강남 재건축으로 갈아탔다” 85년생 ‘30억 자가’ 이렇게 가졌다 [내돈내산 강남입성기②]

“5년 만에 강남 재건축으로 갈아탔다” 85년생 ‘30억 자가’ 이렇게 가졌다 [내돈내산 강남입성기②]

대기업에사한 박 차장은 서울 서초구 나홀로 아파트를 10억원에 매수한 후 5년 만에 강남 재건축 ‘서초 진흥’으로 갈아탔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14668

하지만 신축아파트 입주는 공짜가 아니다. 박 차장은 그동안 재건축되는 강남의 아파트를 바라보며 분담금과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처분하는 이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서초진흥 조합원인 박 차장은 84㎡(이하 전용면적)의 새집을 위해 약 5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보유세 등 부동산 세금을 버틸 ‘자본 체력’를 만들기 위해 20년 뒤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추정 결과, 서초진흥 101㎡는 올해 예상 보유세가 703만원(세액공제 없는 경우) 수준으로 지난해(511만원) 대비 37%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세제 개편안을 예고한 만큼 박 차장이 필요한 현금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그는 “저는 실거주 1주택자이기 때문에 제 집이 50억원, 100억원이 되더라도 이 부동산을 유지할 현금이 없다면 쪼들리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면서 “현금성 자산을 키워서 노후에 근로소득 없이도 내집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게 다음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소비 통제와 성과급을 대출상환에 갚는 연간 루틴을 이들 부부는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연말연초는 수고한 자신을 위해 보상적 소비를 하기 보다는 성과급으로 빚 갚기에 집중하는 기간이다. 현재는 주재원으로 파견 나온 아내와 함께 가족이 해외 생활을 하고 있어 매달 들어오는 160만원 상당의 (서초진흥아파트의) 월세를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쓰고 있다.

또 이들 부부는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 총 5개의 연금계좌를 만들어 세액공제 한도를 채워(퇴직연금 포함 인당 900만원) 매년 납입한다. 박 차장은 “ETF 및 배당주 투자로 지난해부터 월40만원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면서 “받은 배당은 재투자하고 은퇴 시점엔 연금 20억원으로 월 4% 배당, 원금과 함께 월1000만원의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초진흥아파트의 재건축 이후 예상 조감도. [조합 제공]
서초진흥아파트의 재건축 이후 예상 조감도. [조합 제공]

박 차장의 연금 포트폴리오에는 KODEX반도체, SOL미국배당다우존스 등 미국과 한국의 성장주, 배당주가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보증금 등 남의 돈으로는 주식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지금 당장 사라져도 삶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주식 투자하고 있다.

그가 헤럴드경제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부동산 연대기를 소개한 까닭은 무엇일까.

“제가 강남재건축아파트 소유주라고 하면 어떻게 집을 샀는지 주변에서 많이 물어본다. 명품과 차, 해외여행 없었던 삶을 듣고 ‘정말 가능해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덜 쓰고 더 모으기 위한 노력을 막상 이야기하면 한 귀로 흘려듣는 분이 많았다. 눈앞에 당장 보이는 결과물이 아니라 자산을 모으고 불려나가는 법을 배우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

박 차장과 나눴던 마지막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강남아파트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직장인 부부인 저희에게는 사치재라고 생각한다. 강남아파트가 모두의 정답은 아니다. 저는 직장 때문에 서초동에 터를 잡게 됐고 마련한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노원에서 살았던 유년시절과 다르게 2010년대부터 서울 내에서도 지역의 서열화,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느낀다. 솔직히 서초동에 자가를 마련한 이후 지인과의 대화에서 “강남에 산다”가 일종의 지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강남에 거주하지 않는 분들로부터 “와, 부자시네요. 금수저이신가요?”라는 반응도 많기 때문에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Q. 자가마련 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

남들보다 늦게 퇴근해도 집에 일찍 도착하는 시간적 여유를 누린 게 정말 크다. 에너지를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끼여서 소모하는 대신 퇴근 후 아이에게 쏟고 있다. 서초진흥에 이사 온 후에는 하루 2만보를 걸어 출퇴근한다. 혼자 생각을 정리하거나 건강을 챙기는 그 시간이 참 좋다.

대출이 있어 큰돈은 아끼지만 ‘무언가를 사도 제대로 된 걸 사는 소비 습관’이 생겼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다. 마트에서 장을 봐도 유기농 야채나 좀 더 질 좋은 고기를 선택한다. 지금도 소비 통제를 하지만 내가 사야 할 가장 큰 지출(부동산)이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불안이 덜하다. 이전보다 좀 더 나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찾고, 부담 없이 선택한다.

Q. 대기업 근무 시 ‘부장님들과 보낸 시간’이 큰 도움이 됐다고?

부장님들과 보낸 시간이 가끔 괴로웠지만(웃음) 지나고 보니 큰 결정을 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첫 직장이었던 대기업에서 유부남 가장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다. 선배들의 삶을 간접체험하며 또래보다 빠르게 집 고민을 했다. 말 그대로 ‘대기업 김부장‘들이 집을 사고 안정을 이룬 인생의 테크트리(목표를 성취한 방법)를 후배에게 알려준 것이다. ‘내집마련’의 동기 부여를 얻고 여러 방법론을 공부할 수 있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김부장들이 적은 곳이다. 첫 회사와 처우는 비슷하지만 평균 연령이 굉장히 낮다. 내집마련을 상관없는 얘기로 여기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인생선배들이 많은 집단인지, 내가 선배 역할을 해야 하는 집단인지도 재테크 관점에서 영향을 주는 것 같다.

Q. 지금까지 자산을 불리는데 결혼과 아내의 역할이 컸다고?

결혼 후 두 사람이 함께 빚을 갚고 자산을 늘리는 속도가 혼자일 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빨라졌다. 경제 관념이 비슷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 아내도 명품을 알고, 좋아한다.

한번은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짠해서 아내에게 명품백을 갖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아내는 “가방 얘기보다 ‘A씨는 서초진흥 산대’라는 말이 더 듣기 좋다”고 답했다. 아내의 말이 고마웠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애써 준 모습을 알기에 주재원 생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해외에서) 제가 육아를 전담하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요리를 배워 직접 밥을 하고 있다.

Q. 서울아파트를 꿈꾸는 20·30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자산을 불리는 일은 체력을 키우는 일과 같다. 몸 좋은 사람을 보면 이미 수십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땀을 흘려 온 시간이 쌓인 경우가 많다. 그 긴 시간의 격차는 무시한 채 당장 좋은 몸을 가지려고 하는 건 욕심이다. 내 형편과 처지를 따져가면서 저절로 몸이 만들어지지 않기에 오히려 그 사람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부러워하는 몸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서울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저희처럼 자력으로 아파트를 매수한 분들도 적지 않다. 부러운 이가 있다면 그들과 비슷하게 혹은 몇 배로 더 노력해야 격차를 좁힐 수 있다. 격차를 끝내 좁히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부터 나의 몸은 좋아지고, 누군가는 내 몸을 부러워하는 순간이 온다. 부족한 만큼 열심히, 꾸준히 재테크를 공부하고 이를 익히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내집마련은 부자들 얘기’, ‘나랑 상관없는 얘기’로 치부하기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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